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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2019 법조 결산]③'초유의 前사법부 수장 구속'…개혁 과제 남긴 사법농단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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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정 사상 초유의 오점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발단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10여명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1심 선고는 2021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듯

    이데일리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올해 1월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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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대한민국 헌정 71년 역사상 최초 사법부 수장 구속. 검찰이 8개월 간의 수사 끝에 올해 1월 구속기소된 양승태(71)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사태는 앞선 짧은 설명만으로도 법조계는 물론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권력과 결탁해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법치주의의 대전제를 스스로 무너뜨린 양 전 대법원장은 피고인 신분으로 법 앞에 서게 됐다.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내년에도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42년간 몸담았던 사법부에 피고인 신분으로 서게 된 것은 지난 2017년 불거진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이 발단이 됐다. 당시 대법원은 △2017년 4월 진상조사위 △2018년 1월 추가 조사위 △2018년 5월 특별조사단 등 3차례에 걸쳐 자체 조사를 벌였고 “일부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는 있었지만, 조직적인 법관 사찰과 인사 불이익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다만 검찰은 지난해 6월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 했고, 묻히는 듯 했던 블랙리스트 역시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법원의 연이은 영장 기각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지난해 11월 법원행정처 인사총괄심의관실을 압수수색해 2014~2017년 매년 작성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31명의 법관이 이름을 올렸고, 검찰은 이중 9명이 실제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수사에 초점을 맞췄던 재판 개입 사실 역시 속속 드러났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숙원사업인 상고 법원 도입을 위해 당시 박근혜 정부가 관심을 갖는 재판의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사건과 관련,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청와대를 방문해 사건 방향을 논의한 정황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같은 재판 개입,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등에 더해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집행 혐의 등 47개 혐의를 받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올해 1월 11일 첫 검찰 조사를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 대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당시 양 전 대법원장은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 참으로 참담한 마음이다.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라면서도 “모쪼록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이 사건이 소명되길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7월 재판부 직권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다.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10명의 전·현직 법관들도 관련 의혹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일까지 총 53차례에 걸쳐 공판을 진행했지만 언제 결론이 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법정에 선 증인만 36명에 이르고, 앞으로 불러내야 할 증인은 200명이 넘는다.

    검찰 측은 “예정된 증인신문의 시간을 보고 계산해보면 1심 선고는 2021년 상반기에나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의 재판 결과와 별개로 사법 개혁의 필요성은 지속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담화문을 통해 사법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사법농단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신 외부 인사도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해 사법행정을 맡기겠다는 내용이다. 오는 2023년까지 법원사무처 비(非)법관화를 완성하고 재판 제도 개선을 위한 큰 틀의 개혁 기구를 마련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김 대법원장이 관련 입법 절차에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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