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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법원 “조국, 법치 후퇴시켜”… 靑은 ‘檢, 무리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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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기각 사유 뜯어보니 / “직권남용… 국가 기능 행사 저해” / 기각 사유서에 강력한 표현사용 / 언론엔 ‘죄질 좋지 않다’ 순화 발표 / 학계 “법원, 유죄 확신한 듯한 말” / 검찰수사 친문실세로 확대 관측

세계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직권을 남용해 감찰을 중단한 결과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을 뿐만 아니라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를 저해한 사정이 있다.”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7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을 중단시킨 혐의로 청구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기각 사유서에 적시한 내용이다. 권 부장판사가 직접 작성해 언론에 문자로 공지한 축약된 형식의 기각사유 설명문에는 “죄질이 좋지 않다”는 순화된 표현을 썼다.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이런 내용을 모른 채 ‘죄질이 나쁘다’라는 표현이 영장기각 사유 원문에 없는데도 언론이 직접 인용한 것은 악의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청와대도 사실관계와 동떨어진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한 핵심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이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는 영장 판사의 지적을 언급한 취재진에게 “어디에 그런 부분이 있느냐”며 “그러한 구체적인 것들은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영장 기각을 검찰 압박의 호재로 삼아 “이번 결정으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얼마나 무리한 판단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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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출신 김봉수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채널 ‘김봉수채널’에서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조 전 장관과 검찰이 다퉜는데, 영장담당 판사가 직권남용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며 “뿐만 아니라 영장판사가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는 강력한 표현까지 (기각 사유서에) 쓰는 것은 처음 봤다”고 했다. 유죄를 확신하지 않는 한 하기 어려운 판단으로, 그만큼 검찰 수사가 치밀했다는 얘기다. ‘감찰 중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청와대 입장이 무색한 셈이다. 김 교수는 “이미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 정도로 증거 수집이 끝났으므로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것이 이번 영장실질심사의 의미”라며 “이번 조 전 장관 영장 실질심사는 검찰의 판정승”이라고 평가했다.

법원은 다만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점 등과 조 전 장관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행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죄질이 나쁘다고 본 범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죄질이 안 좋은데 범죄 혐의가 중대하지 않다는 얘기는 처음 본다”며 “모순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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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를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영장 기각으로 조 전 장관 신변이 확보되지 않아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기각 사유를 보면 오히려 검찰 수사가 친문(친문재인) 실세로 확대될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법원이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법원이 조 전 장관에 대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범행’이 아니라고 적시한 대목은 이익을 본 집단이 따로 있다는 의미여서 결국 ‘조국 윗선’을 향한 수사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필재·김달중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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