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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트럼프, 탄핵 고비 넘기면 순항 전망… 北 변수도 무시 못해 [2020 신년특집-막 오른 美 대선 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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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서 탄핵案 통과 가능성 낮지만 / 대선에 어떤 영향 미칠지 예측불허 / 민주 ‘트럼프 대항마’ 여전히 안갯속 / 절대강자 안 보여 경선 열기 ‘미지근’ / 35개 州 상원의원 선거 동시에 치러 / 여소야대 국면 땐 北核 협상 악영향 / 美 역대 단임 대통령 보니

2020년 미국 대선의 해가 밝았다. 이번 대선의 최대 관심사는 탄핵 위기에 몰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지 여부다. 1∼2월에 결론지어질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상원의 선택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2월3일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대선 투표일인 11월3일까지 9개월간 진행되는 경선 레이스에서 각 당 대선후보의 약진도 관전 포인트다. 여기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 이와 맞물린 북한의 도발 여부도 선거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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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뉴스


◆상원의 트럼프 탄핵심판과 민주당의 초반 혼선

CNN과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은 지난 3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탄핵돼 대통령직을 박탈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상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탄핵되는데, 상원 100석 중 53석이 공화당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을 향해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해 왔고, 탄핵 시도가 오히려 공화당 쪽에 유리하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탄핵 절차가 시작된 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후원금이 폭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난달 18일 하원이 탄핵안을 가결했을 때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은 것도 상원 부결 예측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상원의 탄핵심판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이 상황이 경선은 물론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탄핵이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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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맞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후보들 중에 아직 ‘트럼프 대항마’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공화당 대선후보 입지를 굳힌 반면, 민주당은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2월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후보 경선에 돌입한다. 민주당은 초반 4개주 경선에서 한 명이 ‘싹쓸이’하기보다 상위 3∼4명의 후보가 각각 승리, 혼선이 가중될 것이라는 평가다. 아이오와는 피터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뉴햄프셔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네바다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각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초반에 선거를 뜨겁게 달굴 ‘경선 돌풍’이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후발주자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초반 경선을 건너뛰고 14개주 경선이 겹치는 ‘슈퍼화요일’(3월 3일)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로 선출된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첫 임기에 의회의 탄핵 시도에 처음으로 부닥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의회의 탄핵절차를 경험한 리처든 닉슨(37대), 빌 클린턴(42대) 대통령은 모두 재선 후 두 번째 임기 때 불명예를 겪었다. 앤드루 존슨(17대) 대통령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직을 물려받은 사례다. 존슨·클린턴 대통령은 하원 탄핵 소추를 거쳐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무죄로 판단돼 파면을 면했고, 닉슨 전 대통령은 하원 표결 직전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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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비핵화 협상과 북한의 도발 변수

미국에서 외교정책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드물다. 하지만 미국이나 미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은 언제든 ‘핫이슈’로 등장했다. 지미 카터(39대·1977~1981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배경 중에는 이란의 자국 주재 미국 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인질극이 꼽힌다. 카터는 결국 1980년 대선에서 패배했고, 이듬해 이란은 카터가 퇴임한 날 미국인들을 석방했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북한의 도발은 이번 미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미 전문가들은 비핵화 협상이 잘 진행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고, 북한의 도발이 악화하면 트럼프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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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뉴스


선거 결과는 다시 비핵화 협상 등 미국의 외교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0 대선과 함께 열리는 상·하원 선거 때문인데, 특히 35개주에서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가 변수다. 2년 임기인 하원과 달리 임기 6년의 상원은 전체 100명 가운데 ‘3분의 1’이 2년마다 선거를 맞는다. 이번에 상원 선거 대상인 35곳 가운데 23곳이 이전 선거에서 공화당이 차지한 곳으로, 경합이 치열한 4곳도 여기 포함된다. 공화당이 민주당에 상원 의석을 내어줄 가능성이 높고 현재 의석수를 감안하면 상원도 민주당이 장악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민주당에 상·하원을 모두 내줘 완벽한 ‘여소야대’ 상황이라면 비핵화 협상 등 외교정책에서 의회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와 상관없이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톱다운식 협상 방식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연임 실패 11명 … 초라한 경제 성적표 ‘결정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2020년 11월3일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미 대통령 임기는 4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1789∼1796년)이 3선에 나서지 않으면서 연임이 관례로 굳어졌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년)가 이를 깨고 4선을 하면서 1951년 수정헌법에 3선 금지 조항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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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미 의회에 따르면 연임하지 못한 대통령은 11명이고, 2차 세계대전 후 단임한 대통령은 ‘아버지 부시’로 통하는 조지 H W 부시(41대·1989~1993), 지미 카터(39대·1977~1981), 제럴드 R 포드(38대·1974~1977) 등 3명이다.

22대(1885∼1889년) 대통령인 그로버 클리블랜드는 첫 임기 후 재선에 실패했지만 24대(1893∼1897년) 대통령으로 다시 등장했다. 연임이 아닌 두 번의 임기를 지낸 유일한 대통령이다. 존 애덤스(2대·1797~1801)와 존 퀸시 애덤스(6대·1825∼1829)는 단임한 부자(父子) 대통령이다.

미 대통령들이 재선에 실패한 이유 중에는 경제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상원의 탄핵심판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에서 “역대 최대 경제호황”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가장 최근의 단임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에 대해 미 백악관은 전기에 “군사·외교적 승리로 전례없는 인기를 누렸지만 비틀거리는 경제에서 비롯한 불만과 증가하는 도심 폭력, 높은 적자 지출을 견디지 못했다”고 적었다. 아들인 조지 W 부시(43대·2000∼2008년) 대통령이 아버지의 연임 꿈을 대신 이뤘다.

포드 대통령은 1973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당시 부통령인 스피로 아그뉴가 사임하면서 부통령 자리를 차지했고, 닉슨 대통령 사임 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백악관 전기는 “포드는 인플레이션, 침체된 경제,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 세계 평화보장 등 거의 극복하기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고, 결국 도전을 극복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1928년 대선 직후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대공황을 맞은 허버트 후버(31대·1929∼1933년) 대통령에 대해 백악관은 “그는 사람들이 배고픔과 추위로 고통받아서는 안 되지만, 그들을 돌보는 것은 지역적이고 자발적인 책임이어야 한다고 되풀이했다”고 적었다.

마틴 반 뷰렌(8대·1837∼1841년)은 취임 직후 경제공황이 왔고, 벤저민 해리슨(23대·1889∼1893년)은 집권 후 재정이 악화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로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린든 존슨(36대·1963~1969)은 2년 후 대선에서 낙승했지만 총 6년의 임기를 마친 뒤 재선 출마를 포기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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