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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미국의 대이란 초강수에…‘보복의 악순환’ 일촉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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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드론의 공습으로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의 최고 실권자인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중동에는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뿐 아니라 이란의 중동정책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그림자 사령관’이 표적 공습에 희생되면서 전면적인 보복 우려가 높아지면서다.경제 제재에 집중돼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이란 ‘최대 압박’이 본격적인 무력충돌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악화일로였지만 그동안 미국과 이란은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비교적 자제해왔다. 하지만 이란에서 위상이 막강했던 ‘대체불가능한’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희생되면서 어떤 형태이건 보복의 악순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쿠드스군은 공식적으로는 이란혁명수비대에서 시리아·레바논 등 친이란 정부군이나 무장조직을 지휘·지원하는 정예부대다. 게다가 솔레이마니는 군 지휘관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맞대면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실력자였다. 특히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에 맞서 이란의 역내 대외전략을 그려온 막후 설계자로 꼽힌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마크 두보위츠 대표는 “미국으로 치면 23년째 합참의장·CIA 국장·국무장관직을 겸임한 것이나 다름없는 인물”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소작농 집안 출신으로 알려진 솔레이마니는 1979년 이란 혁명 발발 당시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입대했다. 특히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뒤 사단장 등을 거쳐 1998년 쿠드스군 총사령관에 올랐다. 2012년 시리아 내전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해 반군의 주요 장악지역을 탈환하는 선봉대를 이끌었고, 이슬람국가(IS) 격퇴전도 진두지휘에 나서면서 이란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아왔다.

반면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는 솔레이마니를 테러 지원의 핵심인물로 간주하며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미국은 최근 들어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시아파 민병대와 미군의 충돌이 부쩍 잦아진 배경에도 솔레이마니가 있다고 판단하고 ‘제거 작전’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5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핵합의(JCPOA) 파기 이후 높아가던 양국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달했다.

당장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이날 오전 긴급성명을 통해 그의 사망을 ‘순교’로 칭하며 “범죄자들에게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미군의 ‘솔레이마니 제거’가 갑작스레 진행된 작전이 아니라, 일련의 긴장 증폭 과정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전면 충돌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이라크에서는 시아파 민병대 소행으로 추정되는 미군 기지 로켓포 공격(12월27일)→미군의 민병대 군사시설 공격(12월29일)→시위대의 바그다드 미 대사관 습격(12월31일) 등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져왔다. 미국은 이란과 솔레이마니를 최근 사태의 배후조종자로 보고 정밀타격으로 ‘응징’한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국내 정치 상황도 전쟁 우려를 높이는 요소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데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존재한다. ‘트럼프의 이란 정책이 수렁에 빠졌다’는 비판에 대한 정면반박으로 ‘정밀타격 능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상대국 이란도 ‘1000명 사망설’이 나도는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시위로 내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곧바로 미국의 이란 본토 공격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전선은 이미 이라크 일대에 형성되는 양상이다. 이란은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 등을 동원해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식의 게릴라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고, 미국은 이란 대신 이들을 집중 공격하는 ‘대리 타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망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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