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 안 될 경우 유승민 주저앉혀야…

PK 지역은 거점 역할 없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가 보수통합이 되지 않을 경우 오는 4·15 총선에서 대구 동구을이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서 출마하겠다고 3일 밝혔다.

홍 전 대표는 이날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출연해 “대구 동구 을과 밀양 창녕에는 우리 당 현역 의원이 없다” “보수대통합 과정을 본 뒤 지역구를 선택하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영남 지역에서 보수의 거점 축을 세우는 역할을 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대구 동구 을을 거명한 데 대해선 “통합이 안 되면 어차피 유승민 의원이 다음 대선에 나올 것이기 때문에 TK(대구·경북) 분열 방지를 위해서 유승민 의원을 이번에 좀 주저앉혀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우선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밀양·창녕 등 PK(부산·경남) 지역을 두번째로 꼽으며 “다음 선거는 PK 840만의 향배가 핵심인데, 지금 PK 지역의 광역단체장들이 전부 민주당이다. 우리 당에 PK 지역의 지금 중심이 되는 인물, 전체를 아울러 견인할 만할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을은 이날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이고,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엄용수 자유한국당 전 의원의 지역구다. 엄 전 의원은 지난해 1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대법판결로 의원직을 잃은 바 있다. 또 부산의 다선 의원인 김무성 의원은 4·15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황이다.

홍 전 대표의 대구·밀양 출마 발언은 이날 황교안 대표가 수도권 험지출마를 선언하며 “우리 당에 많은 중진 의원들이 있는데 험한 길로 나아가 주시면 좋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수도권 한 석 보다는, 지역에서 거점 축을 세우는 데서 중진 의원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반박으로 풀이된다.

이날 홍 전 대표는 “누가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거점의 축이 없으면 그 지역을 끌고갈 수가 없다”며 “나는 꼭 내가 대선후보가 돼야겠다는 뜻도 없다”고 말했다. “여당은 그래도 집권세력들이 있으니까 괜찮은데, 야당은 선거의 축이 무너지면 선거를 하기 어렵다” “수도권 선거하는데 우리가 축을 세우기엔 지금 너무 늦어버렸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겁을 내고 선거에 움츠러 본 적 없고 가라는 데를 다 갔다. 그런데 강북 선거구나 어디 수도권 험지에 가서 한 석 보태본 들 이 당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재집권을 위해선 총선 뿐 아니라 2022년도를 보면 출마 지역이 그림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황 대표가 보수통합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는 “당 대표를 사퇴하라는 뜻이 아니고 전부 같이 모여서 끌고 가는 형태로 되어야지, ‘나를 따르라’로는 안된다”고 황 대표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당을)상명하복의 공무원 조직으로 착각을 하고 있다”며 “말단 당원들도 공감이 안 되면 따라오질 않는 것이 정당”이라는 것이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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