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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앵커칼럼 오늘] 보자 보자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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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하는 짓이야?"
"너 방금 말한 거야?"

말하는 나무는 인간의 상상 속에 존재했습니다.

"나무들이 대화를 하고 있어!"

나무도 의사 소통을 합니다. 인간의 '월드 와이드 웹'처럼, 나무는 '우드(Wood) 와이드 웹'을 타고 속삭입니다.

매개체는 뿌리에 기생하는 곰팡이, 실같이 가는 진균입니다. 뿌리와 뿌리를 거미줄처럼 연결해 화학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병이나 이상 기후가 닥치면 영양 물질을 나눠 서로 돕습니다. 벌레가 잎을 갉아먹으면 일제히 독성 물질을 분비해 쫓아냅니다.

숲의 본질은 경쟁입니다. 맨 위 우듬지를 가장 높이 올려 햇빛을 차지하는 나무가 승리합니다. 하지만 위기가 오면 똘똘 뭉쳐 상생 공존합니다.

"국회의 뜻은, 헌법재판소는 일을 하지 말라는 건가요?"

헌재가 참다 못해 질타했습니다. 재판관 세 명이 퇴임하고 한 달이 돼 가도록 후임 추천을 방치하는 국회를 꾸짖었습니다.

여야는 한 명씩 추천하고 남은 한 자리를 놓고서 버팁니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로 뽑잡니다. 민주당은 다수당인 자기네 몫이랍니다.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않는 것인데…다른 누구의 책임이 있나요?"

그런데 국회 법사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려 했지요.

방통위원 세 명 추천을 뭉개는 것도 정곡을 찔렸습니다.

"합의가 안 되면 국회는 아무 결정을 안 합니까?"

이재명 대표 대북 송금 사건은 또 오죽했으면 재판부가 법정에서 개탄했을까요.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는 경우는 처음 본다."

이 대표 측은 기소 다섯 달이 되도록 이러고 있습니다.

"사건 기록 복사를 못했다"
"기록 검토를 못했다"

그 바람에 여태 정식 재판도 못 열었습니다. 기록이 방대한 국정 농단 사건도 기소 한 달여 만에 시작했는데 말입니다.

거기에다 다른 법원으로 사건을 옮겨 달라고 거듭 신청해 시간을 끌었습니다. 사법부 알기를 어떻게 아는 걸까요.

"보자 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여? 가만히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여?"

나무의 집단 지성은 근처도 못 가는 정치판, 본때를 보여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11월 14일 앵커칼럼 오늘 '보자 보자 하니까'였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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