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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법사위 이야기]조국의 저주?…'불출마 행진'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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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the300]조국과 공수처가 뒤흔든 정쟁의 최전방…싸워도 얻은 것은 허무함

머니투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조국의 저주'였을까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이어지는 '불출마 릴레이'를 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두드러집니다. 법사위에서만 4명이 일찌감치 불출마 의사를 밝혔습니다.

3일까지 차기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의원은 총 21명입니다. 이날 불출마 선언을 한 장관 겸직 의원 4명(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여당은 12명이 차기 총선에 안 나가기로 했습니다. 자유한국당 9명의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화했습니다.

이들 중 4명이 법사위원입니다. 가장 최근 불출마를 선언한 여상규 법사위원장(3선)을 제외하면 초·재선입니다. 재선인 김도읍 한국당 의원과 초선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10월 불출마 선언 이후 행정안전위원회로 잠시 사보임한 표창원 민주당 의원 등이 주인공입니다.

외교통일위원회도 불출마 의원이 4명으로 법사위 불출마 의원 숫자와 같습니다. 다만 성격이 좀 다릅니다. 외통위는 다선 의원들이 많이 속해 있기로 유명한 상임위이기 때문입니다.

외통위에서 불출마 선언한 의원들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7선)·김무성 한국당 의원(6선)· 원혜영 민주당 의원(5선)·추미애 민주당 의원(법무부장관·5선) 등입니다. 국회의원만 최소 20년씩 한 이들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경력도 짧은 법사위원들이 차기 출마 기회를 일찌감치 내던지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조국 사태'를 꼽습니다. 불출마 배경을 보면 각자의 지역구 상황, 당 내 사정 등이 없지 않겠지만 조국 전 법무장관을 둘러싼 법사위의 소모적 정치 공방이 '결단'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불출마 법사위원들은 실제 조 전 장관 임명 과정과 조 전 장관의 장관 재임기에 정치 공방에서 상대 진영에 대한 주요한 공격수로 꼽히던 인물들입니다.

김 의원은 법사위 제1야당 간사로서 대여 투쟁 최전선에 섰습니다. 조 전 장관 가족을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 여당 측과 회의장 안팎에서 크게 다퉈왔습니다. 여 위원장은 회의를 중재하는 위원장이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조 전 장관을 향한 공세를 위해 여당 법사위원들과 고성을 주고받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에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사법개혁 방향을 놓고도 조 전 장관과 각을 세워왔습니다.

반면 이 의원과 표 의원은 야당의 공세를 받아치는 각종 견고한 논리로 무장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표 의원의 경우 한국당 의원들과 충분히 말로 '맞짱'을 뜰 수 있는 성량도 보유했죠.

여야 모두 각자 지향하는 바를 위해 열심히 싸웠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에 대한 환멸뿐이었나봅니다. 이들의 불출마 선언문에는 다툼 끝에 얻은 것이 없었다는 허무함과 환멸이 묻어납니다.

지난해 10월 법사위 최초 불출마 선언을 한 이 의원은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고 불출마의 변을 밝혔습니다.

물론 이들 법사위원들의 불출마 결정에 당내 공천의 장벽과 불안한 지역구 사정 등이 미친 영향이 더 크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당 소속이자 PK(부산·울산·경남) 기반인 여 위원장과 김 의원 모두 당 내의 쇄신 요구를 모른 척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편에선 법사위에 내린 '조국의 저주'가 이들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아직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 차기 총선 전망이 안갯속에 놓여 있는 법사위원들이 꽤 있습니다. 지지층의 비판에 처한 의원, 자신이 속한 지역구가 '험지'라 고군분투해야 하는 의원, 속한 당의 운명 자체가 불안정한 의원 등입니다.

한 법사위원은 "사실 이 의원과 표 의원은 정말 정쟁에 대한 피로감 등 '조국의 저주'가 낳은 불출마 같다"라면서도 "불출마할 수밖에 없는 사정에 처한 의원들이 법사위에 모인 것 자체도 우연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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