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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복수의 핏빛 깃발’ 내건 이란 ‘美 공군기지 피격 개입說’… 美, 중동에 공수부대 3500명 증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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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사관이 자리한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그린존(안전지대)과 인근 미군 공군기지를 겨냥한 포격(砲擊) 배후로 보복을 예고했던 이란과 친(親)이란 민병대가 떠올랐다.

때마침 이란은 4일(현지 시각) 수도 테헤란 남쪽 잠카란 모스크에 '피의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赤旗)을 걸었다. 이슬람 시아파에서 빨간 색은 부당하게 살해당한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이 깃발을 거는 것은 살해당한 이의 원수를 갚겠다는 뜻으로 통한다. 이라크 내 친이란 세력 역시 이 깃발을 들고 반미 시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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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수도 테헤란 남쪽 잠카란 모스크에 내건 '피의 복수'를 상징하는 붉은 깃발.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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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와 알 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로켓포 3발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약 80㎞ 떨어진 북부 알발라드 공군기지를 강타했다. 이어 미국 대사관이 모여있는 바그다드 중심부 알 자드리야 주변 그린존에도 박격포 2발이 떨어졌다.

두 공격으로 이라크 군인과 민간인 여러명이 다쳤다.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고 알 자지라는 전했다. 공격 직후 미군은 헬리콥터와 무인정찰기(드론) 여러 대를 띄워 공격 원점을 추적했다. 추적 결과는 아직 공식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미군 기지나 그린존을 겨냥한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중동 지역 군사 기지와 대사관은 항상 테러와 적대 세력의 1순위 타켓으로, 최근 2개월여간 비슷한 형태의 공격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이날 공격은 미군 공습으로 이란 군부 최고 실세였던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Quds·이란혁명수비대의 정예군) 사령관과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이끌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이 숨진 이튿날로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 심지어 이날은 두 사람의 장례식이 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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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열린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과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를 이끌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 장례식에서 참가자가 솔레이마니 사망에 대해 미국을 규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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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배후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상 ‘친이란 민병대가 공격했을 것’이란 가설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제 이날 시아파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KH)'는 레바논 알마야딘 방송에 "이라크 군인과 경찰은 5일 저녁부터 이라크 미군 기지 주변에서 1000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란 역시 솔레이마니 사건 이후 수차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혹독한 보복’을 예고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역시 "이란이 모스크에 게양한 깃발에 아랍어로 ‘후세인의 복수’라는 문구가 씌여있다"고 전했다. 이슬람 교조인 무함마드의 손자 이븐 알리 후세인이 7세기에 순교한 일을 기리는 문구다.

외신은 중동 전문가를 인용해 "잠카란 사원에 붉은 깃발이 게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란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복수를 끝낼 때까지 깃발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중동에 병력을 증파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AP는 4일 일차로 미군 수백명이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Fort Bragg) 기지에서 쿠웨이트를 향해 떠났다고 보도했다. 포트 브래그는 미국 육군 소속 공수부대와 특수작전부대가 머무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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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Fort Bragg) 기지의 82공수부대 부대원이 중동 파병 준비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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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82공수부대 대변인인 마이크 번스 중령은 이날 "82공수부대 내 신속대응병력 3500명이 수일 내로 중동에 배치될 것"이라며 " 이들은 앞서 중동으로 긴급히 출발한 병력 700명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트 브래그 기지에서 중동으로 떠나는 군인들에 대한 언론 인터뷰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번 증파 병력 가운데 대부분은 치안 유지를 위한 일반 병과 소속이 아니라, 82공수부대 소속 신속대응병력(IRF·Initial Reaction Force)이다. 신속대응부대는 강도높은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짜여진 미군 특수부대다. 알 카에다 조직원 같은 테러용의자들이나 흉악범이 갇힌 쿠바 관타나모의 캠프 델타를 맡아 성공적으로 관리해 명성을 쌓았다.

신속대응부대가 급파된 이유는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이라크 내 반미 여론이 강해진데다, 이란이 친이란 민병대를 동원해 무력 보복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번스 대변인은 "신속대응부대 소속 병력은 해외 위기 상황에 즉시 대응할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다"며 "집합 명령을 받으면 병사들은 2시간 내로 전투 장비로 무장하고 기지로 와 18시간 안에 파병지로 갈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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