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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미국·이란 긴장 고조에 북·미 대화 재개 ‘후순위’로…정부 ‘호르무즈 파병’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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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어떤 영향 있나

이란과 비슷한 노선 걷는 북, ‘핵억지력 명분’ 활용 가능성

중동 정세 이용 도발할 수도…미 ‘선제·핀셋 공격’엔 긴장



경향신문

트럼프를 믿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트럼프를 위한 복음주의자 연합’ 출범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기 전에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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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혁명수비대 가셈 솔레이마니 고드스 특수부대 사령관을 드론 공격으로 ‘제거’한 여파가 한반도 정세에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는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호르무즈해협 파병에 대한 정부의 고민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이뤄진 이번 작전으로 중동정세가 급박해졌다. 이란은 즉각적인 보복을 천명했으며, 미국은 중동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본토 및 해외 미군기지를 겨냥한 공격에 대비 중이다. 미국의 중동 정책과 한반도 정책은 독립적인 정책 검토를 통해 이뤄지는 별개의 사안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이 사실상 전쟁 상태에 돌입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번 사안이 한반도에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미국이 당분간 중동과 이란 문제에 몰두하게 됨으로써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상황을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북한과 이란은 전통적인 우호 국가이며 국제사회에서 대표적인 반미 국가다. 핵문제와 국제 제재라는 공통의 키워드를 갖고 있기도 하다.

북한은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솔레이마니를 ‘핀셋 공격’으로 제거한 것을 매우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 ‘미국의 본심’이 드러난 사건임을 널리 알리면서 자위력 강화 필요성을 적극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미국의 이번 공격을 핵억지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시선이 이란으로 쏠린 사이에 도발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북한이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은 이란과 북한 양쪽에 동시적으로 대응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는 3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동 문제에 집중하는 사이에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공격이 북한에 강력한 경고가 될 수도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이번 공격 직전 이란의 움직임과 관련해 “우리는 미국인의 생명을 보호하고 미국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적이 있으며, 실제 이를 행동에 옮겼다. 미국은 이번 공습으로 자국민과 미군에 대한 공격 징후가 있을 경우 선제공격도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인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 고조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검토하고 있던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정부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연락장교를 보낸 뒤 파병을 하는 방안, 직접 파병을 하는 방안,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참여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를 검토 중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정부를 딜레마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에 호르무즈해협을 공동방위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 같은 요청을 공식화할 경우 외교안보 문제에서 미국의 협조가 절실한 정부 입장에서는 이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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