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별 의사 모여 통증 원인 찾아
내시경 삽입해 병변 정확히 보며
레이저로 신경 압박 요인만 제거"
현대인의 척추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고령화와 비만·운동 부족 등 생활 방식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척추가 망가지면 삶의 질은 뚝 떨어진다. 활동량이 줄면서 신체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면역력과 체력이 약해져 병치레가 잦아진다. 최근에는 이유 모를 허리·다리 통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도 적지 않다. 영상 검사에도 뚜렷한 원인이 나타나지 않고 약물·주사·시술로도 통증이 지속해 애를 태운다. 연세오케이정형외과의원 여석곤(신경외과 전문의) 원장은 “근골격계 통증은 단순히 해당 부위의 문제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며 “정형화된 진단·치료를 뛰어넘는 환자 맞춤형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오케이정형외과의원은 다학제 협진을 통해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척추·관절 치료를 선보인다. 김동하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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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10년 넘은 의료진 머리 맞대
연세오케이정형외과의원의 맞춤형 진료는 다학제 협진에서 시작된다. 매주 2회, 정형외과·신경외과·마취통증의학과·재활의학과 등 8명의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환자의 증상을 분석하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배의정(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10년 이상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 머리를 맞대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 병원이 척추 질환에 다학제(多學際·협진)를 도입한 이유가 있다. 첫째, 치료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데 효과적이다. 척추가 손상되면 내부(척추관)를 관통하는 신경이 눌려 다리 쪽에 통증·저림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노화와 신체 불균형 등으로 척추·관절이 동시에 망가지는 경우다. 이때는 환자의 증상이 척추 문제인지, 해당 부위 뼈·근육의 문제인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순서가 달라지는 것만으로 한 부위는 과잉, 다른 부위는 과소 치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을 앓던 김모(45·여)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무릎관절 손상과 허리디스크를 동시에 진단받았다. 앞서 동네 병원을 찾았을 땐 손상된 관절을 다듬는 관절 내시경 수술을 권유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다학제 협진의 결론은 달랐다. 정형외과 의료진은 무릎 손상이 장기간 통증을 일으킬 만한 수준이 아니고 손상 역시 언제 발생했는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신경외과 의료진도 통증이 무릎과 허벅지 전반에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디스크 문제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무릎 대신 척추 시술을 먼저 받았고, 그 결과 지긋지긋한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척추·관절·신경 전문가가 함께하는 다학제 협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둘째,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가능하다. 장모(40)씨의 경우 척추 MRI에는 문제가 없는데도 제대로 앉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한 허리·다리 통증이 나타났다. 대학병원에서도 원인을 찾지 못했고, 답답한 마음에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디스크가 신경에 맞닿으면 통증을 유발하는 염증 물질이 분비되면서 서로 달라붙는다. 이 경우 디스크가 꼭 튀어나오지 않아도 움직일 때마다 고정된 신경이 당겨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요추 3번 신경은 고관절, 요추 4~5번 신경은 무릎 증상을 유발하는 식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를 확신하긴 쉽지 않다. 환자의 증상을 청취하고 고관절·무릎 등 추정 가능한 통증 원인을 하나씩 검토한 뒤 배제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배 원장은 “다학제 협진을 통해 순차적으로 진료 계획을 수립하면 당일 진단을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며 “정확하고 빠른 치료로 환자의 신체·정신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은 맞춤 치료로 이어진다. 초기 허리디스크는 염증을 줄이는 약물과 물리 치료로 환자의 자발적인 회복을 돕는다. 과거 수술이 전부였던 외과적 치료엔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 내시경을 적극 도입·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 디스크 시술(SELD)이다. 국소 마취 후 직경 0.9㎜ 내시경을 꼬리뼈로 삽입한 뒤 직접 보면서 레이저로 신경에 유착된 디스크를 떼거나 돌출된 디스크를 녹인다. 척추뼈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원인만 제거하는 최신 치료법이다.
여석곤 원장은 “내시경을 이용하면 MRI 등 영상 장비로 보이지 않는 병변도 눈으로 직접 보며 치료할 수 있다”며 “30분~1시간 정도로 시술 시간이 짧고 절개 범위가 작아 고령이나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도 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튀어나온 디스크에는 고주파 열에너지를 이용해 크기를 줄이는 고주파 수핵 감압술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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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근육 등 조직 손상 최소화 치료
노화로 인해 디스크·뼈·인대가 웃자라 신경을 누르는 척추관협착증도 내시경을 활용해 환자 부담을 줄인다. 종전에는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기 위해 피부를 5~10㎝ 절개한 뒤 뼈·인대를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연세오케이정형외과의원은 척추 내시경 신경감압술(PSLD)을 통해 1㎝ 미만의 작은 구멍으로 모든 치료를 완료한다. 내시경과 함께 초소형 드릴, 치료용 레이저 등을 이용해 변형된 조직을 근본적으로 제거한다. 백 원장은 “미세 현미경보다도 절개 범위가 5분의 1 수준으로 작고 문제가 되는 부위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어 보다 정교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세오케이정형외과의원의 맞춤 진료는 환자와의 소통으로 완성된다. 여 원장은 “같은 증상이라 해도 환자의 기대와 요구에 따라 치료 방법은 달라질 수 있다”며 “치료 후 재발 위험과 재활 기간 등의 정보를 최대한 공유해 환자가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 “병원 전전하는 척추 환자 없도록 의료진·시설 확대할 것”
인터뷰 한희돈 연세오케이정형외과의원 대표원장
척추·관절은 병원 간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연세오케이정형외과의원은 ‘환자 중심’ 가치를 앞세워 지역민이 믿을 수 있는 병원으로 우뚝 섰다. 다수의 의료진이 다학제 협진과 비수술 치료 등 진료 시스템을 참관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한희돈(49·사진) 대표원장의 진료 철학을 들었다.
Q : 다학제 협진을 도입한 이유는.
A : “초기 정확한 진단·치료가 환자에게 주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병의원에서 치료에 실패한 환자는 난민처럼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떠안는다. 사실 의원급에서 경력 10년 이상의 의료진을 다수 고용하기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의료진의 경험과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다학제 협진이 가능한 만큼 과감히 투자했다.”
Q : 영상 결과가 정상일 땐 환자도 선뜻 치료에 나서지 못할 텐데.
A : “경험 많은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을 보고 듣기만 해도 척추 질환 여부를 어느 정도 감별할 수 있다. 우리 병원은 여기에 다학제 협진을 추가해 정확도를 끌어올린다. 물론 영상 검사에서 병변이 보이지 않으면 환자가 치료를 망설일 수 있다. 그럴 때는 ‘증상이 낫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정확한 진단을 자신한다.”
Q : 치료법도 다양하다.
A : “환자가 척추 치료를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수술에 버금가는 효과를 보이는 첨단 시술 방법을 적극 도입하는 이유다. 신경성형술 등 주사 치료와 고주파·레이저, 내시경 등 현존하는 최신 치료 장비는 대부분 갖췄다.”
Q : 향후 계획은.
A : "정형외과·신경외과·내과 등 의료진을 확충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보다 병상 수도 세 배가량 늘린다. 중증 척추·관절 질환에 집중하면서 임상 연구와 타 병원 의료진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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