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몇천억씩 줄어…원금 떼일수도
환매중단 피해자들 집단소송 채비
무역금융펀드 투자회사 자산동결
개인투자자들 돈 회수할 길 막혀
금감원 ″사기 혐의 검찰 통보 방침″
국내 1위 헤지펀드 라임자산운용(라임)이 지난해 10월 사모펀드 환매중단 이후 폰지사기와 불완전판매 논란에 휩싸여 있다. 불완전판매 측면에서는 “원금보장 상품인 줄 알았다”는 투자자들의 진술이 속속 나와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F) 사태와 비슷하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는 특정 펀드의 원금을 전액 떼일 처지라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게 금융당국 시각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라임의 사모펀드 290개의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4조4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 말(5조9000억원)보다 1조5000억원(25.8%)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4조1000억원에 그쳐 설정액보다 약 3000억원 적다. 라임이 지난해 10월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중단을 발표하기 전인 8월부터 매월 3천억~5천억원의 투자자금이 꾸준히 빠져나가며, 사실상 ‘펀드런’이 일어났다는 시각이다.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라임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라임이 개인투자자 돈 2426억원을 투자한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인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IIG)의 펀드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의 회사에 넘기고 약속어음 형태로 투자 자산을 바꿨으면서도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아이아이지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폰지사기(투자자 돈을 돌려 막는 다단계 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돼 등록 취소를 당해 펀드 자산이 동결됐다. 이에 따라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돈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디엘에프의 경우에는 해외금리의 오르내림에 따라 투자자들이 돈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도 있었지만, 무역금융펀드의 경우 자산이 동결돼 투자금을 받아낼 수 있을 방법이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라임 쪽이 2018년 아이아이지가 펀드의 기준가조차 산정하지 못했을 때 솔직히 털어놓고 펀드를 청산했다면 ‘사기’ 문제까지 오지는 않았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순께 삼일회계법인이 라임 펀드의 자산가치 등을 평가한 실사 결과가 나오면, 펀드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불완전판매 문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법무법인 광화는 인터넷 카페 ‘라임자산운용 환매중단 피해자 모임’에서 피해자들을 모아 민·형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카페 게시글에서 “10% 수익률에 원금손실 가능성이 없다고 해 가입했다”며 “개방형인 상품이라 1년 후에 환매할 수 있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환매가 안 되는 상품이었고, 담당자는 다 설명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에 낸 진술서를 통해 한 70대 투자자는 “주거래 은행 직원에게 돈을 맡기면서 ‘펀드에 투자하지는 말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해당 직원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펀드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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