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드라기·옐런 "美·EU, 저물가·저금리 리스크 맞닥들여" 경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마리오 드라기 등 전임 중앙은행 총재들이 저금리로 인한 중앙은행의 운신의 폭에 우려를 드러냈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총재는 저물가와 저금리에 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면서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강조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드라기 전 총재는 이날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20년 전미경제학회(AEA)에 영상을 연결해 참여한 패널 토론에서 "유럽 지역이 '재패니피케이션(Japanificationㆍ일본식 장기불황)'의 리스크가 있다고 본다"면서 "디플레이션 악화를 막기 위해 행동한다면 장기불황이라는 필연적인 결과로는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지역이 여전히 이(디플레이션 방어)를 할 만한 여력이 있다"면서도 "다만 시간은 무한대로 있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드라기 전 총재는 그동안 저금리가 경기부양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중앙은행이 더 이상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퇴임식에서도 "저금리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정도의 자극을 주지 않는다"며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맞물려야 성장목표를 더 빨리 달성하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정책을 확대하더라도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여전히 강조한 셈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번 전미경제학회에서 ECB가 최근 수년간 제한적인 재정정책을 추구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 국가들이 이를 고려해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럽 지역 통화정책 관계자들에게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지 않도록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유럽 지역이 디플레이션을 피하는 데 아직 늦진 않다"고 강조했다.


옐런 전 총재도 이날 토론에 참석해 "통화정책이 의미있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향후 수년간 충분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저금리 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금융 안정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미국이 대처할 만한 수단이 부족하다는 점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옐런 전 총재는 미국이 투자보다는 저축이 더 크고 그 결과 금리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장기적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한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를 포함해 금리를 떨어뜨리는 구조적 요소를 언급하면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그는 기준금리가 너무 낮다는 이유만으로 미국의 통화정책이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서 실패했다고 봐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벤 버냉키 전 Fed 총재가 제시한 양적완화(QE)와 포워드가이던스가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자극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버냉키 전 총재는 전날 "통화정책이 적절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거의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한다"며 21세기에 등장한 새로운 통화정책 도구로 QE와 포워드가이던스를 제시한 바 있다.


전임 중앙은행 총재들과 함께 현 중앙은행 관계자들도 현재 낮은 수준의 금리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필립 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 벤 브로드벤트 영국중앙은행(BOE) 부총재는 이날 전미경제학회 세션에 참석해 'R스타'가 향후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R스타는 중립금리를 일컫는 말로 물가 상승을 부추기지 않으면서 잠재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는 이상적인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윌리엄스 총재는 "인구통계를 봤을 때 R스타가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립금리에 대한 추정은 일반적으로 폭넓게 이뤄지고 있지만 Fed 통화정책 관계자들은 일반적으로 중립금리가 단기 금융시장(콜시장) 금리 기준 약 2.5% 수준으로 고정돼있다고 본다. 유럽과 일본의 중립금리는 일반적으로 그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화가 진행되고 생산성이 둔화되는 등 여러 구조적인 요소에 따라 향후 수년간 중립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레인 수석은 "더 낮아질 것이란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