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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美, 이란 문화재 공격할까…트럼프 "왜 안돼" 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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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17년 안보리, 문화유산 불법 파괴 비난 결의안…전쟁 범죄 성립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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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하고 이라크 철군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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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문화유적’ 공격은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비난에 “우리는 왜 하면 안 되느냐”고 반박했다.

5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에 함께 탄 기자단에게 “그들은 우리 국민을 죽이고, 고문하고, 길거리에서 폭탄을 터뜨려 우리 국민을 죽인다”면서 “우리는 왜 그들의 문화유적을 건드리면 안 되냐?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우리는 이란 지역 52곳을 겨냥하고 있다”며 “52곳 중에는 아주 높은 수준의, 이란과 이란 문화에 중요한 곳도 포함돼있다. 그 표적을 아주 빠르고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썼다.

이에 이란과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위협이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문화유적에 대한 공격은 전쟁 범죄”라고 지적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어자리 자흐로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IS, 히틀러, 칭기스칸과 같다. 그들은 문화를 증오했다”며 “트럼프는 영락없는 테러분자다. 누구도 위대한 이란 문화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역사적 교훈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세인 데르간 이란 국방장관도 “트럼프가 52개를 말하면 우리는 300개를 말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위협이 현실화하면 미군 요원과 기지, 미국 선박은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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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즈드는 이란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조로아스터교 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어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사진=유네스코 홈페이지



세계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도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이란 문화재에 대한 위협을 철회하고 전쟁 범죄를 승인할 뜻이 없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이란의 문화유산애 대한 트럼프 위협은 그가 국제사회 법치주의를 무시한다는 걸 드러낸다”며 “미국 외교 정책이 표방해온 ‘인권’에 대한 존중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애초 트럼프 트윗을 이란과 국제사회가 비난하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뜻으로 말한 적이 없다. 글을 잘 보라“며 반박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자진해서 ‘문화유적을 공격하려는 뜻’이 있었음을 드러낸 셈이 됐다.

문화유적에 대한 파괴·공격은 1954년 헤이그 협약과 1949년 제네바 협약 등에 따라 금지됐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세계 문화유적을 파괴하는 행위를 규탄하고 저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안보리는 2014~2015년 이슬람국가(IS)가 시리아와 이라크 내 주요 역사유적지를 파괴한 것과 관련해 ”종교 유적지 및 유물 파괴를 포함한 문화유산 불법 파괴를 비난한다“고 입장을 냈다. 또 문화재를 겨냥한 공격은 전쟁 범죄 요건을 성립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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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의해 파괴된 시리아 팔미라 지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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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말리 팀북투에서 알카에다 계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고대 종교기념물을 파괴한 ‘전쟁 범죄’ 혐의로 기소했다. 유례없는 내용의 형사 고발이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당시 “이는 인류의 공동문화유산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했다. 아마드 알파키 알마디 해당 무장단체 지도자는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트윗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CNN은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행정부 내부도 이란 문화유적을 겨냥한 트럼프 공격을 반대하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번즈 미 전 정무차관이자 나토 대사는 트럼프 정부가 지난 2017년 유엔 안보리의 ‘문화재 파괴 비난 결의안’에 채택을 지지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란에는 페르세폴리스의 고대 유적, 테헤란의 골레스탄 궁전 등 22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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