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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미국-이란 전운고조에 다죽어가던 IS 숨통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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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IS 격퇴전 사실상 종료될 가능성 지적

"IS, 주적들이 이라크서 서로 싸우는 모습에 '희희낙락'"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미국이 드론 표적 공습으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은 존망 기로에 선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에는 그야말로 '일거양득의 승리'라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
(테헤란 EPA=연합뉴스) 지난 2018년 9월 19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국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만나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의 모습. 그는 3일(현지시간) 이라크의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 jsmoon@yna.co.kr



우선, IS의 근거지였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를 몰아낸 지상군 전투에서 큰 역할을 담당한 이란 주도의 민병대라는 IS의 가장 강력한 적군의 우두머리가 사라졌다.

게다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죽음은 또한 그의 휘하에 있던 민병대들과 이라크 내 다수의 솔레이마니의 정치적 협력자들의 분노를 미국의 이라크 주둔에 대한 반대로 옮겨가게 함으로써, 미국 주도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전개돼 온 IS 격퇴전의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를 붙게 했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IS 전문가 샘 헬러 연구원은 "작금의 상황이야말로 활동 여지를 얻고, 수세에 몰린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IS가 원해 온 '데우스 엑스 마키나'(극이나 소설에서 가망 없어 보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동원되는 힘이나 사건)"라고 지적했다.

헬러 연구원은 "미군이 (이라크에서)즉각 철수하지 않더라도 IS와의 싸움을 의미 있게 지속하리라 보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이라크 시아파 성지에서 거행된 솔레이마니 시신 운구 행사
(나자프 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이라크 남부 나자프에 있는 시아파 성지 이맘 알리 영묘에서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와 시아파 민병대 부사령관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의 시신을 운구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jsmoon@yna.co.kr



미국 국방·정보 분야의 전직 관리들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라크 민병대와 미국의 갈등이 고조되면 이라크와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은 IS와의 전투뿐 아니라, 이라크 민병대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만큼 IS 격퇴전에는 심각한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라크 의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라크 의회는 결의를 통해 "이라크 정부는 모든 외국 군대의 이라크 영토 내 주둔을 끝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그 군대가 우리의 영토와 영공, 영해를 어떤 이유에서든 사용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현재 이라크에는 약 5천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은 사막과 산속 등 오지에 숨어 여전히 테러를 모의 중인 수천명의 IS 잔당들을 추적하고 있는 이라크군에게 감시와 정보, 교통, 항공 등의 분야에서 꼭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미국의 도움이 없으면, IS 잔당들은 이라크군의 공격을 어렵지 않게 회피해 조직 재건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NTY는 예측했다.

미군의 정보나 병참 지원 등이 없이는 IS 격퇴전에 참여하는 유럽 등의 동맹군의 활동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라크 주둔 미군의 지원이 없다면 시리아에서 IS 격퇴전을 벌이고 있는 1천명에 못 미치는 미군 역시 존속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을 일부 감축한 탓에 시리아 내 미군은 공격에 이미 취약해졌고, IS에 대한 압박도 약해졌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이라크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철군을 결정할 경우 IS 격퇴전과 IS의 부활 저지는 사실상 종료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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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정문을 지키고 있는 이라크 병사들 [AP=연합뉴스]



만약 지금의 긴장 고조가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의 더 큰 대결로 이어진다면, 그럼으로써 빚어지는 혼란은 "IS의 부활에 완벽한 상황을 조성하는 셈"이라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방부의 이란 담당 책임자로 일한 일란 골든버그는 지적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으로 조지타운대 안보연구소 교수인 더글러스 런던은 이라크 내에서 미국에 대한 역풍이 거세질 경우 소위 '그린 온 블루(green on blue)'로 불리는 내부자 공격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런던 교수는 "우리는 아프가니스탄과는 달리 이라크에서는 아직 '그린 온 블루'를 제대로 경험한 적이 없지만, 앞으로 그 위험은 확실히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군은 과거 베트남이나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현지 군경이 아군인 미군과 연합군을 공격하는 '그린 온 블루'로 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바버라 슬라빈 이란 전문 연구원은 "IS의 지도자들은 지금 자신의 적들이 이라크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틀림없이 희희낙락하고 있을 것"이라며 "IS가 다시 기지개를 켜더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촌평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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