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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중동 최강 군사력’ 이란, 美에 정면대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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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이 열린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참석자들이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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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셈 솔레이마니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를 계기로 이란이 미국에 정면 대결을 선언하면서 이란이 과연 걸맞은 군사력을 갖췄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솔레이마니에 이어 쿠드스군 사령관에 오른 이스마일 가니는 5일(현지시간) “순교자 솔레이마니의 길을 계승하기로 약속한다. 중동에서 미국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공언했다. 힘에는 힘으로 되갚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가니의 장담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각국 군사력을 비교하는 글로벌파이어파워(GFP)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 군사력은 세계 14위 수준이다. 물론 중동권에서는 단연 1위다. 앙숙관계인 이스라엘이 17위, 이슬람 패권을 다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25위인 점을 봐도 중동의 맹주인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이란은 정규군 육군만 35만명, 정예부대 IRGC가 별도로 최소 15만명 이상 병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는 지정학적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경비하는 IRGC 해군 2만명도 포함된다. 현대 군사력 평가의 핵심 지표인 미사일 전력 역시 중동권에서 최상급이다. 영국 BBC방송은 “이란은 중ㆍ단거리가 주축인 미사일을 중동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샤하브-3’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대표적인데, 북한 노동미사일을 기반으로 이란이 독자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무인기(드론)과 사이버공격 등 비대칭 전력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는 BBC는 덧붙였다.

단, 부동의 1위 미국과 비교하면 이란의 군사력은 초라하기만 하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특히 다년 간 이어진 미국의 경제제재 탓에 이란의 무기 수입액은 경쟁국 사우디의 3.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신 무기를 도입하지 못해 품질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미국과의 전쟁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는 역사가 증명한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군은 정규군 54만명, 예비군 30만명 등 무려 200만명의 병력으로 미국에 대항했지만 버틴 시간은 45일이 고작이었다. 이라크보다 4~5배 적은 이란이 군사력으로 미국에 맞서는 것은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전면 개전이나 확전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제임스 홈스 미 해군참모대학 석좌는 외교안보 전문 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 기고에서 “이란이 미국에 군사보복을 본격화하면 오히려 미국의 군사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다”며 “제3차 세계대전이 언젠간 발생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니얼 퍼거슨 미 하버드대 교수도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고를 통해 “이라크 내전 가능성은 엿보이나 3차 대전은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 CNN방송은 “두 나라는 사실 1979년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억류 사건 이후 계속 전쟁을 해왔다”면서 “솔레이마니 제거는 40년 이상 지속된 갈등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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