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샤바브, 케냐 미군기지 테러… 중동 친이란 무력단체 대리전 전망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앞줄) 이란 최고지도자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거셈 솔레이마니 이슬람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장례식에서 추모하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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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결국 ‘레드 라인’을 넘었다. 핵프로그램 동결 및 제한 규정을 더 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2015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 이란이 맺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가 무력화됐다. 이제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로 촉발된 전운은 양국 간 전면전을 넘어 핵위기와 국제 대리전, 중동 역학구도 변화 등 다양한 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란 정부는 5일(현지시간)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 긴급 회의를 개최한 뒤 성명을 내고 “이란은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량 제한은 이란이 현재 준수하는 핵합의의 마지막 핵심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핵합의의 완전한 탈퇴를 확정한 셈이다.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한 후 경제제재에 반발해 합의 준수 수위를 서서히 낮춰왔던 이란은 핵개발 재개의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란의 폭탄 선언은 벌써 국제 핵위기로 번졌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즉각 “합의에 부합하지 않는 모든 조치를 철회할 것을 이란에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이날 아프리카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케냐 주둔 미군 기지를 공격해 미군 1명 등 3명이 숨지는 테러가 일어났다. 미-이란 갈등 국면을 이용해 미국을 겨냥한 이슬람 테러단체의 공세가 점증할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헤즈볼라 등 중동 내 친(親)이란 단체가 힘을 합쳐 대리전을 치를 것이란 전망 또한 나온다. 이란을 위시한 이슬람 시아파의 세력 확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의 견제로 이어져 역내 패권 다툼이란 새로운 전선을 생성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도 사실상 준전시 체제에 돌입했다. 미 국방부는 전날 병력 3,500명을 파병한 데 이어 특수전사령부 산하 병력 추가 배치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란 미사일 부대가 강화된 비상대기 상태에 있다”고 전했다. 무력충돌이 턱밑까지 임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란이 어떤 미국인 또는 목표물을 공격하더라도 신속하고 완전하게, 그리고 아마도 불균형적인 방식으로 반격할 것”이라며 즉시 대응을 공언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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