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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란과 전운(戰雲)에… 美의회, 탄핵서 전쟁정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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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일방 작전’에 민주 발끈… 여야 대치 격화할 듯 / 민주당, 의회 통보 않고 강행 반발 / 펠로시, 추가 행위 땐 승인 결의안 / 이번 공습 탄핵 시선 돌리기 의심 / 트럼프 “미디어 게시물, 통지 역할” / 폼페이오 “공습 안 했으면 더 위험” / 합법성 강조… 정당성 논란 차단

세계일보

‘복수’ 외치는 이란인들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장례식이 열린 6일(현지시간) 추모 인파로 가득찬 테헤란 엥겔랍 광장을 운구차가 빠져나가고 있다. 추모 분위기가 고조하면서 광장이 울음바다로 변한 가운데 참석자들은 “마르그 발르 움메리카”(미국에 죽음을)와 함께 “엔테검”(복수하라) 구호를 외쳤다. 테헤란=AP연합뉴스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총사령관 공습 사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 논의로 시끄럽던 미 국내정치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한 데 이어 의회가 6일 다시 문을 열면서 여야 대치가 한층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전포고, 해외 무력사용 등에 대한 승인권을 가진 의회에 사전 통보하지 않고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을 단행한 데 대해 발끈하면서 이번 일로 상원 탄핵심판 절차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5일 당내 의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이번 주 후반 이란과 추가적 적대행위에 나설 경우 의회 승인을 거치게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미국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의회 구성원으로서 첫 번째 책무”라며 “정부가 의회와 협의 없이, 의회의 헌법적 권한을 존중하지 않고 (공습)조치한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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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지도자 눈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가 6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관을 앞에 두고 기도문을 낭송하다 오열하고 있다. 신정일치 체제에서 ‘신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최고지도자가 눈물을 흘리는 보기 드문 모습이 나오자 장례식을 생중계하던 이란 국영방송은 이를 클로즈업해 보여줬다. 방송 영상 캡처,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야당 기류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미디어 게시물’(자신의 트윗)이 대이란 조치를 의회에 통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보를 기다리지 말고 자신의 트위터를 살피라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보 평가는 명확했다.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더 큰 위험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습이 합법적이고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강조하며 의회에서 불거진 정당성 논란 차단에 나선 것이다. 그는 이란 보복 시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며 “그러한 공격은 무력분쟁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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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운동 연합체 ‘전쟁 중단과 인종주의 종식 행동 촉구’(ANSWERC)가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 반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전쟁 반대’, ‘이란 제재 반대’, ‘미국의 중동 불개입’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신화연합뉴스


민주당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심판에서 대중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번 공습을 명령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많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왜 그가 전쟁으로 이끄는 아주 선동적이고 위험한 조치를 하필 지금 택했느냐고 묻는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번 제거작전 결정이 ‘충동적’이었다며 탄핵 논의와 연계할 태세다. 로 칸나 하원의원은 “이번 일은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 (조 바이든 부자를 수사하라고) 개입했던 것과 같은 무모한 행동양식을 똑같이 보여준다”며 “이제 대통령이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안정과 평화에 큰 위험을 줄 가능성을 초래한 만큼 (탄핵 논의는) 국가안보와 평화 수호의 문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국가안보를 전면에 내세우며 탄핵정국을 이어가려는 민주당을 비난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원은 “민주당이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제거하려고 애쓰는 반면, 대통령은 지구상에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이란이 일촉즉발 위기로 치달으면서 미국 내에서는 전쟁 우려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ABC방송은 미 당국의 선발징병시스템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고 ‘징집이 시행되나요’라는 구글 검색량도 900% 증가했다고 전했다. 지난 3, 4일 시카고 트럼프타워 앞, 뉴욕 타임스스퀘어 등 70여곳에서는 ‘전쟁은 재선 전략이 아니다’ 등 손팻말을 든 이들이 반전 시위를 벌였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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