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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란 사태 급한 트럼프 ‘北 도발 주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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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전략무기 공개 전원회의 여파…“김정은, 내게 한 약속 깰 수도”

그 동안의 신뢰 입장서 태도 바꿔 北 핵 도발 여지 열어두는 발언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복음주의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마이애미=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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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북한과 씨름해온 미국의 외교ㆍ군사 역량이 중동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 공습ㆍ살해로 급상승한 이란과의 긴장감 해소가 미국의 최대 외교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북핵의 경우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사태 와중에도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을 주시하겠다는 발언을 내놨다.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내게 한 약속을 깰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그는 그럴 수도(깰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만 해도 “김정은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선물은 예쁜 꽃병이길 바란다”며 애써 북한의 핵 도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닷새 만에 입장을 바꿔 북한의 핵 도발 여지를 열어둔 것은 지난달 31일 끝난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에 따른 반응으로 보인다. 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북미관계 경색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못박고 ‘새로운 전략무기’ 공개를 예고했다.

북한이 이란 사태 와중에 실제 도발에 나설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일단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북한은 미국의 시선이 중동으로 분산된 현 시점이 전략 도발에 나설 호기라고 여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의 즉각 대응이 어려울 것이란 판단에 따라 전략 도발을 감행해 대미 협상력을 단번에 키우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전략 도발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성과는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뒤따른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미국의 대외정책은 당분간 이란 사태에 매몰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선 웬만한 무력 도발로 미국의 주의를 끌기는 어려워졌다”고 했다. 강경했던 미국의 협상 태도를 흔들 수 있다는 확신이 서기 전까진 김 위원장도 미국이 처한 대내ㆍ외 정치 상황을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교당국 관계자는 “북한은 여전히 도발하겠다고 선언만 했지 행동에는 나서지 않았다”며 “미국도 당분간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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