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정세 악화에… 靑 NSC서 ‘호르무즈 파병’ 논의 [美·이란 일촉즉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지역 안정 위한 국제적 기여 검토” / 파병보다 낮은 단계 조처 분석도 / 안보·경제 영향 면밀히 분석 필요 / 국방부 “긴급 상황 땐 신속 대응”

세계일보

지난해 12월27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청해부대 제31진 왕건함이 출항하고 있다. 왕건함은 이달 중순쯤 아덴만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30진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한다. 정부는 이란 사태가 발생하기 전 호르무즈해협에 우리 군을 파병할 경우 왕건함의 작전구역을 아덴만에서 호르무즈해협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작전사령부 제공


중동 지역 전운이 고조되자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결정할 경우 양국 간 무력충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청와대는 6일 오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란 문제를 논의했다. NSC 상임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중동 정세의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통해 역내 정세가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국민과 기업의 보호, 선박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동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표현의 수위로 미뤄볼 때 호르무즈해협 파병보다는 낮은 단계의 조치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가능성이 낮았던 지난해만 하더라도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청해부대를 호르무즈해협으로 이동하는 방안이 거론됐었다.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는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우리 선박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북·미 간 비핵화 논의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마냥 거부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렇다고 섣불리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 없는 처지가 문재인정부의 딜레마다. 우리가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만큼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이란 문제는 향후 파급력이 큰 상황”이라며 “중동지역에 나가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더불어 향후 원유 조달 계획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 등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이날 회의에는 NSC 상임위원이 아닌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 상황은 물론 현지 교민안전과 원유수급 등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보라”며 산업부 장관 참석을 지시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NSC 상임위는 “중동이 우리나라 원유·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석유·가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와 관련해 국민 안전과 관련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아덴만 해역에 머무르고 있는 청해부대의 파병이 신속대응 방안에 포함되는지 묻는 말에는 “호르무즈해협 해양 안보 구상과 관련해 우리 선박과 국민 보호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김달중·엄형준 기자 dal@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