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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미국·이란 전운에 유럽도 '비상'…중재·압박 양면 전략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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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운이 고조되면서 그동안 양측의 충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던 유럽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유럽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이란이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서도 이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분투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3일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극에 달하고, 급기야 이란이 5일 사실상 핵합의 탈퇴를 선언하면서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란 핵합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시절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이란은 핵 개발을 포기하고 6개국은 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이란은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하는 단계적 조처를 해왔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핵합의에서 정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수량 제한을 더는 지키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핵합의 체결 주요 유럽국과 유럽연합(EU)은 이번 사건을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이란이 핵합의를 탈퇴하지 않도록 대화와 설득을 서두르는 동시에 제재 복원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서고 있습니다.

EU 외무장관들은 오는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필요할 경우 핵합의에 규정된 분쟁 해결 절차를 가동, 압박을 통해 핵합의를 구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 절차는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란이 아직 대화의 여지를 남겨뒀다고 보고 계속해서 소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독일 외무부 대변인은 핵합의는 아직 죽지 않았다면서 양자 간 소통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 외교관들은 최우선 과제는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멈추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란을 핵합의에 머물도록 할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유럽이 '채찍과 당근' 전략을 써가며 씨름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EU 외교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솔레이마니 살해는 EU에는 단순한 충격 이상이며, 그것은 하나의 재앙"이라면서 이란이 사실상 핵합의 탈퇴를 선언했을 때 "프랑스와 독일, 영국의 10여 년에 걸친 외교적 노력의 결실은 파괴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EU가 기울였던 노력의 토대가 사라진 것이자, EU 외교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최악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적대감이 높아지면 중동에 파견된 유럽 병력을 위험에 빠뜨리고 양측의 물리적 충돌로 인해 2015년 유럽의 난민 위기 때와 같은 난민의 물결이 다시 한번 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습니다.

동시에 유럽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EU 정치인들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복원과 이란의 이웃국 문제 개입에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명백하게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것을 꺼렸습니다.

이번 사건을 두고도 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이제 어느 한쪽 편에 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으며, 결국은 미국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이란이 미국 병력을 공격하는 것으로 보복할 경우 미국은 유럽 동맹국이 자국 편에 서도록 압박할 것이며,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 방위 조약에 대한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고 WSJ은 내다봤습니다.

나토의 근간인 나토 조약 5조는 '어느 체결국이든 공격을 받을 경우 그것을 전체 체결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공동 방위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기성 기자(keats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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