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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미국의 이란 공습, 北핵보유 의지 강화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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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 이후 당분간 외부활동을 자제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깨고 전격적인 공개 행보에 나섰다. 북한 조선중앙TV는 7일 김 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지도 일정으로 평안남도 순천시 순천인비료공장을 찾았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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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최근 단행한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폭살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의지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이 이번 공습을 통해 북한을 포함한 적국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공습을 목격한 북한 지도부가 체제 보장책으로써 핵무기 보유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 “북한, 美 공습 들먹여 핵 개발 정당화할 것"
한국일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제시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평양시 궐기대회가 5일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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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은 7일 ‘미국의 이란 공습은 북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미국의 이번 공습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이라는 간접적 희생이 발생했을 수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AP는 “솔레이마니 폭살로 북한은 미국을 향한 군사 도발 가능성 시사를 멈출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공격 저지를 위해 핵무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정당화하는 데 이번 공습을 이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AP는 이어 “북한은 핵 개발을 정당화하며 종종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을 들먹여왔다”고 설명했다. 카다피와 후세인이 핵무기를 보유했다면 아직 살아서 정권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북한 논리이며, 솔레이마니의 폭살 역시 추후 ‘체제 보장의 수단으로서의 핵무기’라는 북한의 정당화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AP는 이와 함께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의 분석을 인용, “북한은 미국의 ‘제국주의’ 성격이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며, 장기 대치에 대비하여 핵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선임연구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이번 공습으로 북한은 자신들도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약성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은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에 대한 미국의 잠재적인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공격을 억지하기 위해 핵무기 강화를 계속할 것”이라는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 “레드라인 넘을 시 군사행동 가능하단 경고장”
한국일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가 6일 테헤란 대학 교정에 안치된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의 영구 앞에서 기도를 이끌며 오열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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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북한이 최소한 당분간은 과감한 도발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이날 미국의소리(VOA)와 RFA 등은 미국과 국내 전문가들을 인용,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가 북한을 포함한 적국에 ‘경고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습을 “이란의 도발에 직접 대응하는 동시에,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으려는 북한에는 미국이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경고장”이라고 설명했다.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은 자국민에 대한 공격에는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확인했을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북한은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 부차관보도 RFA에 한반도가 전쟁 직전으로 갔던 2017년 이후,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옵션은 더 이상 고려 사항이 아닌 것으로 생각해왔다고 설명했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이어 “하지만 행정부 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번 공습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 “이란과 달리, 북미 정상 관계 긍정적” 반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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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서 만나 인사한 뒤 남측 지역으로 이동하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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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대이란 정책은 적잖은 차이가 있어, 이란 사태를 직접적으로 북한 문제와 연결시키는 것에는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미국과 이란 정상 사이엔 개인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여전히 긍정적"이라며 "두 정상 사이에는 핵과 미사일 활동 제한과 긴장 완화에 관해 적어도 최소한의 합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도 "비핵화 협상의 상대인 북한은 테러 행위를 일삼는 중동 세력과 이란과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외교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어가려 하는 만큼, 이란 군부 실세 사살을 대북 메시지로 보는 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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