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美·이란 '전쟁이냐 대화냐' 갈림길…금융시장 폭풍전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작게나마 '협상 퇴로' 열어둔 미국·이란

월가, 차분한 대응…하루만에 증시 반등

병력 증파한 미국…설전 맞대응한 이란

충돌 가능성 여전…"증시 조정 거칠듯"

이데일리

미군이 이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한 이후 경계 태세가 강화된 가운데 미국 뉴욕시 경찰이 6일(현지시간) 타임스스퀘어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신화/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김정남 기자] 전쟁이냐 대화냐. 미국과 이란간 대치가 갈림길을 목전에 두고 폭풍전야(暴風前夜)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對)이란 협상 의지를 시사하자, 움츠러들었던 금융시장은 하루 만에 온기가 돌았다.

그럼에도 무력충돌 긴장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이 중동 병력을 증파하는 와중에 이란도 강경 대응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두 나라간 갈등이 길어질수록 증시가 타격을 받고, 나아가 경제 전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협상 의지 내비친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별다른 설명 없이 “이란은 절대 핵 무기를 가지지 않을 것(Iran will never have a nuclear weapon)”이라고 썼다. 이란이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사실상 탈퇴를 선언한 이후 나온 메시지다. 이는 미국이 어떻게든 이란의 핵 무장을 저지하겠다는, 다시 말해 협상의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새로운 핵 협정을 위해 재협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란이 정상국가처럼 행동한다면 물론 그렇다”며 “(협상에) 열려 있다”고 답변했다.

이란이 핵 합의에서 전격 탈퇴하는 초강수를 두면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력은 지금처럼 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IAEA는 성명을 통해 “이란 정부가 IAEA와 협력을 이전처럼 하겠다고 한 점을 주목한다”며 “IAEA 사찰단이 이란에서 검증과 사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경제·금융 제재를 철회한다면 핵 합의로 복귀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두 나라가 희미하게나마 협상 가능성을 암시하자, 금융시장은 이를 차분하게 지켜봤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지수는 68.50포인트(0.24%) 오른 2만8703.38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 때 233.92포인트 급락한 이후 하루 만에 반등한 것이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VIX)는 1.21% 떨어졌다.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좋다는 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 폭등할 기미는 미미하다는 점 등을 들어 월가는 냉정하게 반응했다. 미국 증시 폐장 후 문을 연 아시아 각국 증시도 대부분 1% 이상 반등했다.

◇“과매수 탓에 증시 조정 가능성”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계속 나온다. 전면전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무력충돌 여지는 언제든 있다는 관측에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이라크에 주둔하는 미군은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미군 이라크 태스크포스의 책임자인 윌리엄 실리 해병대 여단장이 ‘이라크 주둔 미군이 다른 지역으로 병력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일부 외신들이 보도했는데, 이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그 대신 미군은 군사적 충돌에 대비해 B-52 폭격기 6대를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 공군기지에 급파했다고 CNN 등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불균형적인 방식의 공격’ 방침과 맥이 닿아있는 강경 조치다.

이란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숫자 ‘52’를 언급하는 자들은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Those who refer to the number 52 should also remember the number 290)”며 “이란을 협박하지 말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52곳을 추가 공격 목표로 설정했다고 한데 따른 대응이다. 290은 1988년 호르무즈 해협 부근 상공에서 미군이 이란 여객기를 격추해 사망한 숫자다.

금융시장은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알렉산더 퍼제시 무디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두 나라간 지속적인 갈등은 세계 경제·금융에 폭넓은 충격을 줄 것”이라며 “기업 환경도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동 지역의 관광산업 등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투자은행(IB) 캐너코드 제뉴이티의 토니 드와이어 수석 시장전략가는 “그동안 (증시를 바라보는) 지나친 낙관론과 과매수로 인해 지금은 조정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 됐다”며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갈등은 증시 조정을 부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