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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트럼프 40년 전 이란의 인질 억류 거론에…로하니, 미국의 민항기 격추 맞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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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명 대 290명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1988년 미군 오판으로 격추된 이란 민항기 탑승 희생자 290명을 6일(현지시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0년 전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인질 52명과 같은 수의 이란 내 표적을 타격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숫자 ‘52’를 언급하는 자들은 숫자 ‘290’도 기억해야 한다. 이란을 절대 협박하지 마라”라고 썼다. 1988년 미군의 이란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1988년 7월3일 미군 순양함 빈센스호는 이란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를 떠나 두바이로 향하던 이란항공 IR655 편을 걸프 해역의 입구 호르무즈해협 부근 상공에서 미사일로 격추했다.

이 사건으로 여객기에 탔던 승객과 승무원 290명(어린이 53명·비이란인 46명 포함) 전원이 숨졌다. 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에 발생한 이 사건에 대해 미국은 이란 전투기로 오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미군이 민항기 교통 관제 주파수를 청취하는 데 필요한 장비를 갖추지 않고 있었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어디까지나 사고였다며 희생자 유족들에게 거액을 배상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이란 정부 내 다수의 보수·강경파들은 미국이 의도적으로 민항기를 격추했다고 보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트위터에서 이란이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피살을 보복한다면 이란 내 52곳을 겨냥해 반격하겠다고 경고한 것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52라는 숫자는 주이란 미대사관 인질 사건(1979~1981) 당시 억류된 미국인 숫자와 같다. 이란 이슬람혁명 9개월 뒤인 1979년 11월4일 이란의 강경 반미 성향 대학생들이 주테헤란 미대사관을 급습해 미국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 52명을 444일간 인질로 잡아뒀다.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미국은 이듬해인 1980년 이란과 단교하고 경제 제재를 부과했다. 자국 대사관 점거·인질 사건에 위협받은 미국이 당시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지원해 이란과 전쟁(1980~1988)을 벌이도록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첨예해지면서 양국 간 얽힌 수십년 전의 악연까지 소환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 모두 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방에 돌리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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