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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솔레이마니가 피살된 그 시각…이란 `눈에는 눈` 이슬람식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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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면전 치닫나 / 이란 '피의 보복' 시작됐다 ◆

매일경제

지난 6일(현지시간) 아라비아해에 배치된 미국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함에서 F/A-18 호넷 전투기가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은 B-52 전략폭격기 6대를 중동에 투입하고 특수부대 병력도 추가 파병할 예정이다. [로이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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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새벽 1시 20분(현지시간)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주둔 시설 2곳을 향해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전면전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 사령관 일행이 이라크 바그다드공항 인근에서 차량 2대를 통해 이동하다가 새벽 1시 20분 미국 MQ-9 '리퍼' 드론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데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이란은 미국이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죽인 것에 대해 '비례적'으로 보복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처럼 비례적 보복을 고심한 것은 미국과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보인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부 장관은 공격 이후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긴장 고조나 전쟁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며 이 같은 이란 정부의 의도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번 한 번이 아니라 우리의 보복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란의 정치·군사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컸던 인물인 만큼 이란이 어느 수준의 보복을 그의 죽음에 '비례'하는 것으로 보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라크 총리실은 이날 미사일 발사 전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작전 계획을 구두로 사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사전통보 시각은 공격 개시 약 한 시간 전인 자정께라고 전했다. 미국도 공격을 당한 뒤 두 곳의 공군기지에 이란 미사일이 떨어졌음을 통보했다고 총리실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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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상황 전개의 관건은 미국 사상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사상자 규모를 두고 상반된 주장이 나온다. 이란 국영방송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라크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미사일을 15발 발사했다"면서 "이로 인해 미국인 테러리스트 80명이 죽고, 미군의 드론과 헬리콥터, 군사장비 등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영방송은 미군의 첨단 레이더 시스템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미사일을 단 하나도 요격하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 직후 "괜찮다!(All is well!)"는 트윗을 올린 데 대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라크에서 미국이 입은 피해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최근 국방부는 요원과 파트너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며 "이 기지들은 이란 정권이 우리 군대에 공격을 계획했다는 징후에 따라 높은 수준의 경계를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CNN은 군 당국자를 인용해 "군은 경보음을 울려 충분히 조기 경보를 했다"며 "위험에 빠진 사람들은 제때 벙커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터(WP)는 "미군은 이라크 내 두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미군 사상자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상자 등 피해 규모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은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인해 갖가지 추측성 보도가 쏟아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한다는 CNN 보도까지 나왔으나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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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첫 반응은 공격 후 4시간이 흐른 뒤에야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지금까지는 괜찮다!(So far, so good!)"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잘 준비된 군대를 갖고 있다. 내일 아침에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즉각적 군사 반격을 결단하는 대신 중동 지역 동맹국들과 대응책을 논의하는 쪽을 택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과 긴급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공격 직전인 이날 오후엔 백악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국방차관인 칼리드 빈살만 왕자와 비공개 면담을 했다. 칼리드 빈살만 왕자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동생이다.

이란이 미사일 공격 대상으로 삼은 이라크 내 기지는 미국의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에서 핵심적인 곳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말 방문했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공격함으로써 일종의 충격 요법을 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분쟁 지역에 주둔한 미군 부대를 찾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은 지난해 10월 IS 수장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수행한 델타포스가 주둔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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