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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란, 키사스식 보복… 솔레이마니 사망 시간 맞춰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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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공격 규모·형태 촉각/ 트럼프 방문한 에르빌 지역 타깃 / 작전명 ‘순교자 솔레이마니’ 개시 / 공격 후 ‘국기 트윗’ 트럼프에 맞불 / 美 우방국엔 “가담 땐 공격” 위협도 / 이란 외무장관 “전쟁 원치는 않아” / 美·이란 전면전 확대는 피할 듯

세계일보

7일(현지시간) 오전 이란 테헤란 시내에 걸린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추모 포스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폭격에 숨졌다. 테헤란=연합뉴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사에 대한 ‘보복 공격’에 착수하면서 향후 공격 규모와 형태 등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란이 당한 만큼 돌려준다는 ‘비례적 대응’과 ‘가혹한 보복’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만큼 보복 시나리오는 더 남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 우방국에도 강력한 경고가 날아왔고, 해외 테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군부 거물 솔레이마니 사령관 피살 뒤 이란은 줄곧 비례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쿠란(이슬람 경전)의 형벌 원칙인 ‘키사스’(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강조하듯 혁명수비대는 솔레이마니가 폭격당해 죽은 시간과 정확히 맞춰 8일(현지시간) 오전 1시20분 미군기지를 공격했다. 타격 지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018년 방문했던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와 한국 자이툰 부대가 주둔했던 에르빌 지역 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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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핵협상에서 이란 측 수석대표를 지낸 사이드 잘릴리는 이날 공격 후 자신의 트위터에 아무 언급 없이 이란 국기 사진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 3일 솔레이마니 표적 공습 후 부연설명 없이 성조기 사진만 게시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고스란히 따라 한 것이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번 ‘순교자 솔레이마니’ 작전에 대해 “우리가 긴장 고조 또는 전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엔 헌장 51조에 명시된 자위권 행사를 고려해 (미국의) 비겁한 공격에 ‘방어적 비례 대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란이 어느 수준의 보복을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비례하는 것으로 보느냐이다. 혁명수비대는 “우리의 보복은 계속될 것”이라며 추가 공격을 예고한 상태다. 미국의 반격 양상에 따라 더 강한 군사적 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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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 전문가들 분석을 인용해 이라크는 물론 시리아와 페르시아만을 비롯해 전 세계 모든 곳의 미군기지와 미국 대사관, 외교관 등이 이란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직접 공격이나 암살 시도가 실패했을 때,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일부 무장세력이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 전술로 돌아선 전례도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집단과는 달리 이란의 테러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되지만, 군사적 보복이 여의치 않을 경우 최후 수단으로 해외 테러 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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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에서 4번째)가 6일(현지시간) 테헤란 대학 교정에 안치된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영구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테헤란 AP=연합뉴스


이란은 미 우방국에 대한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우방이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 영토가 우리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음 표적으로 두바이를 예로 들며 “만약 아랍에미리트(UAE) 주둔 미군이 이란 영토 공격에 가담하면 UAE는 경제와 관광산업에 작별을 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솔레이마니 폭사 작전의 협력자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반격 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하이파를 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누구든 우리를 공격하면 강력한 일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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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주둔 미군 주둔지 아인 알아사드 공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 뉴스가 전해진 7일(현지시간) 밤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관)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그러나 이란과 미국 모두 전면전 확대는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다만 역사상 많은 무력충돌이 계획이 아닌 부주의와 태만에 의해 사고처럼 발생했다며 이번 사태 역시 그렇게 비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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