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5 (토)

이란사태로 또 갈라진 美…펠로시 "대통령 전쟁권한 축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란의 미군 기지 공격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밤 이란의 공격으로 미국인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뒤로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맨 왼쪽), 마크 밀리 합참의장(오른쪽 둘째), 마이크 펜스 부통령(맨 오른쪽)이 있다. [AP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기 리더십이 미 정치권 도마에 올랐다.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일단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 위기로 번지지 않은 것에는 안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전략에 대한 찬반은 크게 엇갈렸다.

군사 대응보다는 경제 제재를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성명에 대해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신중한 접근법은 '힘을 통한 평화'다. 미국을 전 세계에서 존경받는 위치로 돌려놓은 대통령과 용감한 군에 감사한다"고 호평했다.

반면 상원 밥 메넨데스 의원(외교위 민주당 간사)은 "충돌을 자초하고 나서 뒤늦게 긴장 완화에 나서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라 위험한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민주당은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체결한 이란 핵 합의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가능하게 해준 원천이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책임론' 제기에 발끈했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은 오는 14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등을 소환해 이란 정책에 대한 청문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소속 정당에 따른 여론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 6~7일 미국 만 18세 이상 성인 유권자 11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 응답자 중 77%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정책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공화당을 지지하는 응답자 79%는 '지지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축소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충동'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로 드러났다며 이를 의회 차원에서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8일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민주당)은 성명을 내고 "이란에 대한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약하기 위한 '전쟁 권한 축소 결의안'을 9일 하원 표결에 부칠 것"이라고 예고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정부의) 불균형적인 도발로 이란과의 긴장이 커졌고 이 때문에 미국 외교관과 요원들이 위험에 빠졌다"면서 "대통령은 미국인을 안전하게 하고 이란 핵 탈퇴를 달성하면서 주변 지역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일관된 전략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의회에 군사작전을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데 따른 불만도 제기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이어 이란 문제까지 여야 간 전선이 더 첨예해진 것이다.

매일경제

전쟁 권한 축소 결의안의 핵심은 2000년대 초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폭넓게 부여된 군 동원 재량권에 제동을 걸고 의회의 추가 조치가 없는 한 트럼프 정부가 30일 내 이란에 대한 군사 적대행위를 중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 적용을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법에 따르면 의회가 대통령의 선전포고를 승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미국 군대를 60일 이상 동원할 수 없다. 또 의회 승인 없이 군사 조치를 취했다면 이로부터 48시간 내 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하원이 결의안을 통해 취할 조치는 구체적으로는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대통령에게 폭넓게 부여된 군사력 사용 재량 권한을 폐지하고, 의회 승인을 받지 않은 대이란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자금을 끌어 쓸 수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라고 이날 미국 CNBC가 전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를 겪은 후 테러조력 세력에 대해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무력사용승인권한(AUMF)을 부여했다. 이 재량권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2003년 이라크전쟁뿐 아니라 오바마 전 대통령의 드론 비밀작전 수행 때도 활용됐지만 대통령의 권한 사용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고, 트럼프 정부 들어서도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 작전을 둘러싸고 문제가 됐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지난 3일 솔레이마니 사살 이후 8일 이란 측의 미군 주둔 이라크기지 공격과 관련해 하원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대응과 태도에 대한 반발이 커진 상태다. 다만 하원이 대통령 전쟁 권한 축소 결의안을 통과시키더라도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결의안이 실제로 양원을 전부 통과할지는 불분명하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