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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작명가 트럼프? 유럽에 중동 퉁치려 '나토'→'네이토미' 개명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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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달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나토 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 그는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더 많은 비용과 부담을 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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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중동 문제와 관련해 유럽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의 이름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미국)는 유럽에게 큰 호의를 베풀어줬다”며 “나토를 확장해서 중동까지 포함하도록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모든 짐은 우리(미국)가 지고 있는데 그건 공평하지가 않다”며 “(중동) 문제가 국제적 범위로 더 확장하고 있기 때문에 나토 군이 중동에 더 많이 주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이슬람국가(IS)를 제압하고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지난해 10월 제거한 것도 미국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나토의 현재 이름인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는 1949년 미국과 유럽이 함께 작명했다. 당시의 냉전 체제 하에서 소비에트연방이 이끄는 동구권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집단방위기구로 창설됐다. 트럼프 시대 이전까지는 유럽에서 미국의 안보 존재감을 확인하는 상징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의 경찰이 될 생각이 없다”는 기조 하에 나토에 미국이 지불하는 비용과 부담을 줄여왔다. 이번에 나토를 개명하자는 그의 발언에선 최근의 미국과 이란 간의 긴장 고조 사태를 두고 나토 소속 유럽 국가들에게 중동 관리 부담을 더 많이 지우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새 이름은 나토에 중동(Middle East)의 첫 글자인 ‘ME’를 붙인 것으로, ‘NATOME’다. 그는 이를 ‘네이-토우-미’라고 발음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아름다운 이름 아니냐”라며 “나 작명 잘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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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선거 유세장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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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농담은 아닌 듯 싶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란 사태 후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통화를 하면서 이같은 사항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8일(현지시간) 이라크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 이후 9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란 핵합의(JCPOA)가 곧 무용지물이 될 텐데, 이는 이란에게 핵 개발을 더 빨리 할 수 있는 길을 터줄 것”이라며 나토 회원국들이 중동 문제에 더 많이 관여하라는 주문을 했다. JCPOA를 일방적으로 탈퇴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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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포즈를 취한 각국 정상. 불편한 동거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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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탐탁하지 않은 분위기다. 프랑스는 노골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JCPOA 관련 요구를 거부하고 나섰다. 프랑스 아녜스 폰데어뮐 외교부 대변인은 9일 “프랑스는 여전히 JCPOA 체제를 따르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이란을 비롯해 영국ㆍ독일ㆍ러시아ㆍ중국 등 다른 합의 당사국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9일 전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특별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이란 사태를 본격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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