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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줌인] 트럼프 對이란 정책 '비선실세'로 주목 받는 폭스뉴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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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앵커인 터커 칼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 이란 정책을 움직이는 ‘숨은 실세’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칼슨이 이란과 확전 자제를 주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보복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 같은 의혹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로 대국민 담화 직후 측근들에게 "칼슨의 방송을 봤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현지 시각) AP 통신에 따르면 칼슨은 지난 7일 방송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을 원치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14시간이 지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란에 군사 보복을 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정책에 대한 지지층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트위터 사용 못지 않게 TV 시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자신을 지지하는 폭스뉴스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상에서 여러차례 폭스 뉴스를 인용했고, 지난 5일 밤에는 자신의 정책을 평가한 폭스뉴스 영상을 첨부한 것도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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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자신의 정책에 관련된 폭스 뉴스를 영상 클립을 첨부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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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의 오후 8시 뉴스쇼를 진행하는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종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며, 열성적인 트럼프 지지자다. 지난 여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측근들과 함께 한반도의 비무장지대(DMZ)를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현장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이란 공격을 결심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과 전쟁을 한다면 재선 기회에 작별의 키스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공격 방침 철회에 한 몫 하기도 했다.

칼슨은 이번 중동사태 발발 이후 이란과 미국 사이 중동의 긴장 고조에 회의적인 보수층 여론을 대변해왔다. 3일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공습 후 방송을 통해 "이란이 우리가 마주한 최대의 위협인가. 이 모든 일을 통해 이득을 얻는 이는 누구인가. 그리고 왜 우리는 분명한 출구도 없는 수렁에 뛰어들기를 자처하면서 정작 우리나라의 쇠퇴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습 지시가 적절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7일에는 이란의 이라크 미군기지 공격에 대한 무력 보복에 회의적인 인사들을 프로그램 게스트로 초청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참석한 길 반달러 미국 디펜스 프라이어티 재단 연구원은 "누군가 미국이 이란의 정권교체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한다면 아마 농담일 것"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칼슨의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더글러스 맥그리거 전 육군 대령 역시 이날 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의 지지 없이는 어떤 전쟁이든 성공할 수 없고 중동 정세의 불안은 앞으로 재앙이 될 것"이라며 "이란을 파괴하면 IS(이슬람 급진 무장세력)가 100배로 세를 불릴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 보복설에 찬물을 끼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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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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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칼슨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무력 대처를 자제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8일 이란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칼슨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의 움직임을 계속 예의주시 하고 있다. 칼슨은 군사력 사용 자제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을 이후 진행한 방송에서 보여주며 "우리가 벼랑 끝에서 돌아왔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민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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