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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향해 '피의 보복'을 외치는 이란의 분노를 촉발한 것은 무인 항공기 한 대였다. 미국 공격용 드론 MQ-9 리퍼는 지난 2일 이라크 미군 기지를 이륙해 별칭인 '하늘의 사신(死神)'처럼 은밀하게 바그다드 상공을 날아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사살했다.
솔레이마니 동선 정보가 인공위성을 통해 미국 본토에 있는 드론 작전통제부에 실시간 전달돼 이를 토대로 드론 조종사들이 원격 조종하며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작전은 적진에 은밀히 침투해 핵심 요인을 흔적도 없이 제거하는 군사용 드론이 미래 전장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미 현대전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는 군용 드론은 거듭되는 기술 개발로 나날이 진보하고 있다.
◆ 핀셋 타격으로 목표물만 제거
이번 솔레이마니 암살 작전에 사용된 MQ-9 리퍼는 위성 통신을 통해 원격 조종되는 무인 공격기다. 인공위성을 통해 신호를 전파할 수 있어 지구 반대편에서도 제어가 가능하다. 특히 목표물을 정확히 인지해 타격을 가함으로써 시가지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간인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리퍼 기수 앞부분에 달려 있는 인공위성용 광학 카메라로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고, 야간 투시가 가능해 날씨와 시간 등에 관계없이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최첨단 관측·표적 확보장치(MSTS)는 원하는 표적을 핀셋식으로 정밀 타격한다.
'하늘의 사신(死神)'으로 불리는 리퍼의 위력은 특히 무장 능력에서 나온다. 1.7t 규모 무기를 기체에 탑재할 수 있다. 솔레이마니 암살작전에 쓰인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을 14발 실을 수 있고, 공대공 미사일로 전투기처럼 공중전을 벌일 수도 있다. 리퍼가 장착하는 '헬파이어 R9X'는 요인 암살에 특화된 미사일이다. 목표물에 도달하면 칼날 6개가 배출돼 표적을 산산조각 낸다. 솔레이마니 공습 직후 흔적이 사라져 그가 평소 끼고 다니던 반지를 보고 신원을 확인했을 정도였다. 리퍼는 이전에도 미국·프랑스·영국군 등이 대테러작전을 펼 때 자주 등장한 바 있다.
◆ 100년 전 테슬라 처음 구상
군사용 드론이 최초로 탄생한 것은 오늘날 '무인체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크로아티아 출신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에 의해서다. 100년 전 테슬라는 레이더와 무선통신 원리를 적용해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 비행기로 공중전에서 조종사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군사용 드론을 개발했다. 그의 이론과 기술을 기반으로 세상에 최초로 나온 공격용 드론 '케터링 버그'는 나무로 된 동체에 폭탄을 실은 자폭용 무인기였다. 1918년 개발됐으나 당시 제1차 세계대전이 종결되면서 실전에 쓰이진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은 무인 공격기가 본격적으로 전장에 등장한 시기였다. 최초로 대량생산된 원격 조종 무인기인 라디오플레인 OQ-2(Radioplane OQ-2), 폭탄 자체에 날개를 단 형태인 독일 두들버그(V-1) 등이 개발됐다. 무인기라기보다는 크루즈 미사일에 가까웠던 두들버그는 2차 세계대전 동안 9500여 대 발사돼 연합군과 런던 시민 3만5000여 명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냉전 시대에도 정찰용으로 활용된 드론은 항공전자장비와 컴퓨터 기술의 급격한 진보로 1980년대에 접어들며 '2세대'로 진화했다.
특히 MQ-1 프레데터가 등장하면서 군사용 드론에 '원거리 제어' 시대가 열리게 됐다. MQ-9 리퍼 전신 격인 프레데터는 위성기술을 적용해 가시거리 제한을 초월한 최초의 무인기였다. 1994년 첫 비행에 성공한 뒤 보스니아 내전,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여러 전장을 누비며 활약했다. 애초 정찰용으로 개발된 프레데터는 이후 헬파이어 미사일을 탑재한 공격용으로 개조되면서 오사마 빈 라덴을 암살하기 위한 작전에도 여러 차례 투입됐다.
◆ 드론 잡는 안티드론 기술도 각광
현대전에서 드론을 활용한 정찰·공격 등 군사활동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안티드론' 기술 개발에도 글로벌 방산업계가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 국방과정부발전협회(IDGA)가 발간한 '대(對)드론 방호체계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안티드론 기술 개발에 예산 9억달러(약 1조400억원)를 쏟아부었고, 올해에도 5억달러(약 5800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대드론 방호체계란 적 무인기를 교란하고 무력화시키기 위한 시스템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은 지난해 11월 레이저 빔으로 적 드론을 격추시키는 '아테나(Athena·Advanced Test High Energy Asset)' 시스템 성능 시연회를 성공리에 마치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2023년 전력화를 목표로 드론을 요격하는 레이저 대공 무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조종사 운동신경세포를 드론에 연결시켜 생각만으로 드론을 원격 조종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최첨단 무기 산파역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다르파)은 지난해부터 1억400만달러(약 1200억원)를 들여 '차세대 비수술 신경공학' 프로그램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1990년대에 최초로 개발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두피에 설치한 전극으로 뇌파를 해석해 컴퓨터 커서를 움직였듯이 신경의 미세한 움직임으로 드론을 제어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목표다. 방산 전문 컨설팅 업체인 틸 그룹이 지난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계 군사용 드론 시장이 올해 111억달러에서 2029년엔 이보다 30% 증가한 143억달러(약 16조6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 한국군 최근 글로벌호크 도입
우리 군은 리퍼와 같은 최첨단 공격용 드론을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한국 최초 군용 무인기 송골매와 서북도서에서 운용 중인 해론 등은 모두 정찰용이다. 지난해 말 공군이 미국에서 들여온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는 2023년 전력화를 기다리고 있다.
단 주한미군이 2017년 군산기지로 들여온 요인 암살용 드론 '그레이 이글(MQ-1C)' 12대가 한반도에서 언제든지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리퍼보다 체형이 조금 작지만 역시 정밀 유도폭탄을 장착할 수 있다. 적 주요 시설을 1m 오차 내에서 은밀하게 타격할 수 있어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육군에서도 자폭형 드론을 비롯해 360도 전 방향으로 감시할 수 있는 정찰 드론, 적의 생화학 공격에 대비한 '제독 드론' 등 소형 무인기들을 운용하고 있다. '드론봇 전투체계'를 추진 중인 육군은 2030년까지 전 군단에서 소대 단위까지 드론을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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