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측 "50억 달러는 아니라도 '준비태세' 항목 신설은 필요"
우리 측 "소폭 인상은 제안해도 SMA 기존 틀 못 벗어나"
무기 구매 등으로 '동맹에 대한 기여' 설명해 협상에 활용할 듯
호르무즈 파병은 '기여'에서 논외… "연계되지도 않고 해서도 안 돼"
지난달 17일 서울 동대문구 국방연구원에서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한미 방위비협상 수석대표가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5차 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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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6차 회의가 미국 워싱턴 DC에서 오는 14~15일(현지시각) 열릴 예정인 가운데 협상을 대비한 한미 양측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일단 미국 측이 기존의 인상 요구액이었던 50억 달러를 현재도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힌 가운데, 우리 정부는 미국 측에 소폭의 인상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돼 협상에 다소간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외교부는 10일 SMA 6차 회의 개최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는 기존의 협정 틀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한다"며 "상호 수용 가능한 합의가 가능한 조속히 도출될 수 있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전과 마찬가지로 우리 측은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대외직명대사)를 대표로, 미국 측은 국무부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을 대표로 해 협상하게 된다.
미국 측은 기존의 '50억 달러'를 더 이상 요구하지는 않고 있지만, 주한미군의 역외훈련 비용 등을 포함해 이른바 '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신설하는 방법을 통한 인상 요구를 여전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국대사관 공보원에서 내신 기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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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하트 대표는 지난해 12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5차 회의 직후 외교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회의에서) SMA 협정 틀 내에서뿐만 아니라 SMA 틀 밖에서의 한국의 기여와 미국의 비용에 대해 세밀한 논의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재 SMA의 틀은 한국 방어에 드는 실제 비용을 포괄하지 못한다"며 "비용 전체를 포괄하도록 SMA의 틀 자체를 재조정할 것을 한국에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SMA의 틀이 포괄하지 못하는 비용으로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일시적인 전개 비용, 역외훈련과 장비 수송 비용 등을 예로 들며 이는 모두 한국의 '고도의 준비태세(extremely high status of readiness)'를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SMA의 기존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드하트 대표의 기자간담회 다음 날 정은보 대사 또한 기자회견을 열고 "SMA는 기존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나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근간을 두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현행 SMA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과 법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항목과 전체 총액을 논의하는 데 있어 항목 하나하나의 적격성에 대해 따지고 있다"며 "수용 가능한 범위의 기준점은 기존의 SMA 틀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5차 회의에서 인상의 폭뿐만 아니라, SMA의 틀 자체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전이 오고갔음을 시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러스트=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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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리 정부는 소폭의 인상을 제안하면서 무기 구입 등 한미동맹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를 미국 측에 설명하는 식으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 정서상 반대 여론이 상당히 커 과도한 수준의 인상액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는 점도 이같은 전략의 중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 측도 이같은 상황에서 협의점을 어느 정도 찾으려 하고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밤 KBS와의 인터뷰에서 "드하트 대표는 한국 협상가들의 말을 들었고,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며 "우리의 입장을 절충하고 있고, 새로운 숫자에 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서고 있고, 6차 회의에 대해 드하트 대표는 낙관적이다"며 "미국의 입장은 조정되었고, 또한 타협에 이르렀다"며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성호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부대표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은 지난해 대비 4~8% 증액된 금액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숫자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드리기는 어렵지만 소폭 인상을 제안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 측 입장은 항목 신설을 통해서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며 "동맹 기여 차원에서 과거에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해 온 실적 같은 것들을 충분히 미국 측에 설명하고 있고, 그런 동맹 기여들이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충분히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또한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무기 구매 부분과 관련해서는 우리가 협상 과정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우리의 기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방력 강화라는 중기 프로그램 하에서, 우리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 예산심의 권한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방위비 분담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동맹 기여와 한미 동맹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염두에 두며 미국 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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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이번 SMA 6차 회의 첫날인 오는 14일(현지시각)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이같은 내용을 미국 측에 다시금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맹에 대한 우리의 기여'가 현재 이란에서의 상황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강조하는 식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9일 "SMA와 지금의 호르무즈 해협 상황에 대한 대응은 별개의 사안이다"며 "협의 과정에서도 미국 측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언급한 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 또한 이날 저녁 외교부 기자단과의 만찬에서 "청해부대의 활동 안에는 국민 안전을 보호한다는 그런 내용도 들어 있다"며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청해부대 투입 가능성 자체는 시사했지만, 본격적인 '파병'으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조성렬 자문연구위원은 "미국은 (두 사안의 연계를) 요구할 수 있겠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 보면 방위비 분담금과 직접 연계가 되지 않을 뿐더러, 연계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란 관련 상황에 섣불리 개입하게 될 경우 중동 지역과의 외교 관계는 물론, 최악의 경우엔 우리 국민이나 선박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도 정부 차원에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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