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용의 쓴맛 줄어 풍미 개선
농약·중금속 걸러 독성 제어
유효 성분 최대 88.6%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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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녹용의 건강학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발효의 지혜를 터득했다. 콩으로 메주를 쑤고 김치를 담가 먹었다. 발효는 우리나라 식문화의 근간이다. 단순히 식재료와 음식의 보관·저장 기간을 늘리기 위한 개념이 아니다. 건강의 가치를 더한 화학적 재가공인 셈이다. 최근 체내 미생물과 유익균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발효의 가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단 음식에 그치지 않는다. 한약에도 이런 가치는 고스란히 적용된다. 녹용이 대표적이다. 녹용도 발효를 만나면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
녹용은 보약의 대명사로 통한다. 인삼·동충하초와 함께 ‘3대 보약’으로 불린다. 각종 전통 의학서에는 녹용의 효과가 상세히 명시돼 있다. 대표적인 한의학서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녹용에 대해 “크게 소모된 몸의 기운을 북돋워 재생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성된 기운을 끌어올려 힘이 나게 한다”고 썼다. 중국 명나라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정과 수, 음과 혈을 보하며 병후 원기 회복과 허약한 사람, 폐결핵, 폐 기능 강화에 효험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녹용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한약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녹용이 발효의 과정을 거치면 어떻게 될까. 그 가치는 더욱 배가된다. 발효는 한의학에서 한약을 만드는 방법의 하나로 전해진다. 현재도 발효를 적용한 ‘발효 한약’이 존재한다. 발효 한약은 한약재를 특정 조건에서 발효시켜 원래의 성질과 효능이 효소 등 미생물에 의해 변화해 증강되거나 새로운 효능이 생기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한약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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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 감압으로 약효 휘발 막아
녹용을 발효했을 때의 가치는 다섯 가지 측면에서 빛을 발한다.
우선 흡수율이 높아진다. 녹용을 발효하면 세포 간 결합이 끊어지는데, 이때 세포 속 유효 성분까지 추출할 수 있다. 추출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게다가 입자가 더 잘게 쪼개져 체내 흡수가 용이해진다. 둘째,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효소의 효과다. 특히 항산화 효소가 많이 생기는데 이는 피부 개선, 노화 예방, 혈액 및 체내 노폐물 정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셋째, 녹용의 쓴맛이 줄고 풍미가 개선된다. 녹용의 발효 과정에서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는 전분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고 당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넷째, 기존에 녹용이 가진 효능을 극대화한다. 발효는 80도 이하에서 진공 감압으로 농축하는 과정이다. 약효가 휘발되는 것을 막아 수십 배 고농축된 상태의 녹용을 얻을 수 있다. 다섯째, 농약과 중금속 걱정을 덜 수 있다. 발효 시에는 미생물 발효와 두 차례에 걸친 정밀 여과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농약 성분과 중금속 등 독성을 제어할 수 있다.
발효 녹용의 효과에 대한 근거는 확실하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녹용의 대표적인 유효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이 일반 녹용보다 높다. 발효 전 7.9㎍/mL였던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은 발효 후 14.9㎍/mL로 88.6%나 증가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체내 노폐물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한다. 신경세포, 특히 뇌 회백질에 풍부하다. 녹용이 뇌세포 발달과 혈행 개선,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이유다. 또 이 연구결과, 조골세포 등 성장 촉진에 관여하는 판토크린 함량도 발효 전 211.1㎍/mL에서 발효 후 276.8㎍/mL로 31.1% 증가했다.
발효 녹용이 장내 유산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경희대 약대 연구팀 연구에 따르면 발효 녹용을 투여한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37%인 반면에 일반 녹용을 투여한 군은 26%, 일반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16%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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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실험서 발암 억제 효과 확인
면역력 증진 효과도 확인됐다. 발암 억제 효과가 증명된 것이다. 경희대 약대 연구진은 대장암에 걸린 쥐를 세 개군으로 나눠 각각 사료에 녹용 추출물과 발효 녹용 추출물을 섞어
8주 동안 섭취하도록 하고 나머지 군에는 사료만 줬다. 그 결과, 대장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섯 가지 이상의 병소 생성의 억제 효과가 발효 녹용 투여군에서 가장 우수했다. 발효 녹용이 대식세포의 기능을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증진하는 면역 체계(보체계)가 활성화하는 것을 도운 것이다. 일반 녹용에는 이 같은 활성 유도 인자가 없다. 연구진은 "녹용을 발효시킴으로써 녹용 중 생리활성 물질이 보다 많이 추출됨과 동시에 발효에 의해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단 발효에 따른 효과는 어떤 종균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발효 녹용의 효능을 충분히 얻으려면 버섯 균사체에서 선별한 독특한 종균(바실루스 리체니포르미스)으로 발효시키는 것이 좋다. 다른 종균은 균사체의 밀도가 낮아 발효가 잘 진행되지 않을 수 있어서다.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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