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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대화하자" 노조에 손 내민 윤종원…고민하는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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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행장, 노조와 현안논의 의사 밝혀

노동이사제 논의여부 관심…노조 "직무급제 추진 우려"

임·직원 인사지연 등 피로감…13일 직원 대토론회 주목

이데일리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노조원들의 출근저지에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윤 행장은 지난 2일 임명 이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본점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과 노동조합 간 대치국면이 10일째 이어지고 있다. 윤 행장은 지난 2일 임명 후 노조의 출근저지 투쟁에 막혀 12일 현재까지 서울 을지로 본점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윤 행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노조에 소통의사를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는 혁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한 말이 대표적이다. 노조와 여러 문제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도 윤 행장과 처음 만났을 때 “자진사퇴하라”고 압박하면서도 “(윤 행장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을 얘기하는 건 아니다”라며 일말의 여지를 남겨둔 바 있다.

기업은행 노조는 13일 본점에서 대토론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직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가면을 쓰거나 토론회장 조명을 어둡게 하는 방안 등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문제 삼는 파벌 형성이나 줄서기 등 기업은행 내부문제에 대해 어떻게 스스로 개혁할 것인지 의견을 듣는 자리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토론회가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 것인가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투쟁 장기화에 따른 인사지연은 노조에게도 부담이다. 기업은행은 수석부행장을 포함해 4명의 부행장의 임기가 이달 종료된다. IBK투자증권 등 계열사 3곳의 대표 임기는 이미 지난달 끝났다. 다음 달에는 IBK자산운용 대표 임기도 마무리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은행 임원과 계열사 대표 인사가 진행되지 못하면서 일반 직원 인사도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 사이에선 임명에 법적 문제가 없는 만큼 새 행장을 인정하되 실리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노조가 지난해 적극 추진했던 ‘노동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이슈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윤 행장은 노동이사제 문제에 대해 노조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리로 윤 행장과 타협하지는 않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 직원의 급여와 복지는 기획재정부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묶여 있어 이사회를 통해선 개선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고, 이 때문에 작년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제안한 것”이라며 “윤 행장이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에 노동이사제 추진에 대해 반대했는데, 1년 만에 철학이 바뀔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금융노조 차원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해온 만큼 4월 총선을 앞두고 금융권에서 이 문제가 다시 공론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도입이 어렵더라도 장기적인 협상 카드로 논의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윤 행장이 직무급제 카드를 노조와 협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직무급제는 호봉이 아니라 실제 맡은 직무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임금체계다. 노조 내부에선 윤 행장의 임명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급제를 기업은행에 도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윤 행장을 선봉으로 내세울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직무급제 도입 여부는 핵심적인 논의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이데일리

서울 을지로 IBK기업은행 본점 1층 로비에 위치한 ‘노조 투쟁본부’. (사진=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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