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0 (월)

[톺아보기]지속가능한 서민금융을 기대하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말 정부는 금융권과 함께 연간 3900억원에 달하는 정책서민금융 보증재원 출연금을 향후 5년간 부담하기로 하는 서민금융재원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2010년 이후 3번째로 마련된 이번 보증재원 확보 방안은 기존 방안의 출연 주체 및 체계, 출연금 규모 등을 변경하고 향후 5년간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출연 주체의 경우 기존에는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으로 한정됐으나 개정안에서는 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전 금융권으로 확대됐다.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서민금융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다. 당시 정부는 저소득 가구의 비중 상승으로 서민금융 수요가 급증했으나 시장 기능에 의한 서민금융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발생한 갭을 해소하기 위해 2010년 햇살론을 도입했다. 햇살론은 정책서민금융의 보증을 이용해 10% 정도의 금리로 담보없이 제공됨에 따라 소득 또는 신용도가 낮고 특히 부동산 담보가 부족해 제도권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운 서민의 자금수요 충족에 크게 기여했다. 그동안 공급된 햇살론은 매년 약 2조원씩 총 18조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이 서민금융은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의 이용으로 양적인 면에서 크게 확대됐으나 보증 없이는 제공되지 못하는 등 질적인 면에서는 발전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대부분서민은 낮은 소득과 자산으로 병원비, 경조사비 등 돌발적인 자금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 금융기관 등 외부로부터의 자금 이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금융기관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건전성 및 투명성이 주요 감독 대상이 됨에 따라 유효담보가액이 대출금의 100%인 부동산담보 위주의 대출을 하고 있다. 상호금융도 조합원을 주 대상으로 함에도 대출의 90% 이상이 부동산담보 대출이며, 저축은행의 경우에는 신용대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대부분 법정 최고금리 수준의 고금리 대출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2010년에 한시적으로 도입된 햇살론은 2015년에 연장된 후 2020년에 재연장됐다. 현재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은 서민에 대한 신용대출을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한 양적인 확대가 어느 정도 이뤄진 현 시점에서 서민금융이 당면한 문제는 질적인 변화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서민금융의 특성상 이를 취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대형 은행의 직접적인 역할을 점차 줄이는 대신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정립하는 한편 서민금융기관의 능력 및 금융당국의 감독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서민금융기관은 단순히 은행의 저금리 자금을 이용할 수 없어 찾게 되는 곳이 아니라 서민의 특성을 고려해 대출이 이뤄지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대출 심사 및 관리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금융당국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금융당국도 서민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보다 세밀하게 감독하되, 과도한 건전성 및 투명성 중심의 획일적인 감독 대신 서민금융의 특성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가능한 이른 시간 내에 서민금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정책서민금융이 서민금융기관과 역할을 분담해 더 어려운 서민을 지원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에도 지속가능한 서민금융이 정착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