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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주가 치솟는 SK하이닉스, 투자자 웃는데···곤혹스러운 SK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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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반등 기대감에 하이닉스 주가 고공행진

지난해 55% 상승, 올해도 추가 상승 여력 많아

SK 지배구조 개편에 높은 주가가 걸림돌

SKT, 하이닉스 지분 10% 확보에 7조원 필요

증권가 "SK그룹이 전환 타이밍을 놓쳤다"

SK "진전된 내용은 없지만 다양한 방법 모색중"

SK하이닉스 주가가 치솟고 있다. 30만여 명의 투자자는 반색하고 있지만 정작 SK그룹은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올라 기업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SK가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에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SK그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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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SK하이닉스 분당캠퍼스 모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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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5% 오른 주가, 올해도 추가 상승 여력 많아



13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날보다 1.62% 오른 10만500원에 장을 마쳤다.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2012년 3월 이후 역대 최고가다.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최근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는 11만5000원(미래에셋대우)~14만원(유안타증권) 정도다. 지난 한 해 동안만 55%가 올랐는데, 앞으로 15~40% 정도 더 오른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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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년간 SK하이닉스 주가〈네이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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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가 뛸수록 실탄 부담 늘어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은 소액 투자자 31만명(2018년 말 주주명부 기준)에게는 분명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SK그룹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를수록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드는 '실탄(재원)'이 늘어난다. SK그룹이 곤혹스러워하는 이유다. SK그룹은 그동안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해 왔다. SK텔레콤을 사업부문과 투자부문으로 쪼개, 투자부문 회사를 중간지주사로 세우는 방안이다. 이동통신 사업에만 머물러 있는 SK텔레콤을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고, SK하이닉스는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게 대외적인 명분이다. SK그룹 내부로 보면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SK하이닉스에 대한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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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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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회사 족쇄 벗어나고픈 SK하이닉스



중간지주사는 기존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다른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 SK그룹은 지주사인 SK㈜는 현재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SKC 등을 지배한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ADT캡스, SK플래닛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즉,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인 셈이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 지위에 있는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할 때 피인수 기업의 지분 100%를 사들여야 한다. 아무리 작은 회사를 인수한다 해도 지분 전부를 사는 경우는 드물고, 투자 위험도 그만큼 높다. 그런데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면 분할 방식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지위가 SK텔레콤 또는 SK(주)의 자회사로 바뀌어 이런 족쇄에서 벗어난다. SK그룹의 계산대로 공격적인 투자와 M&A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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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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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T 사장 "중간지주사 전환 쉽지 않다"



SK그룹은 지난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반도체 업황이 꺾이고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부진해, 지배구조 개편의 명분과 실효성이 퇴색했기 때문이다.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주요 주주와 계열사 간 이견 조율과 재원 마련 방안도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 회장으로부터 중간지주사 전환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6월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중간지주사 전환이 쉽지가 않다”고 토로하고 “다른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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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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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하이닉스 지분 10% 확보하려면 7조원 필요



국회 상황까지 감안하면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국회에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 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는 현행 20%에서 30%로,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 지분 20.07%를 갖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SK텔레콤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SK하이닉스 지분 9.93%를 더 확보해야 한다. 13일 SK하이닉스 종가 기준 약 7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저점이던 지난 6월 중순과 비교하면 2조5000억원 정도가 늘었다. 증권가에서 "SK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SK그룹 올해 지배구조 개편 속도 낼 듯



하지만 올해 SK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 회장이 SK㈜의 지분을 요구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으로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을 인적 분할한 뒤, SK텔레콤 투자회사와 SK를 합병해, SK하이닉스를 SK의 자회사로 만드는 방법"을 유력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SK그룹 관계자는 "중간지주사 전환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은 없다. 하지만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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