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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정부 "의협과 협의체, 회의록 의무 아니다"…의료계 "밀실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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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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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결정 과정을 기록한 '회의록'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법에 따라 작성의무가 있는 회의록이 존재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말을 바꾸고 있다' '회의록 작성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부 전공의는 정부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복지부 “의대 증원 회의록 작성 의무 준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7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뒤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된 위원회와 협의체를 투명하게 운영해왔다”라며 “공공기록물관리법상 작성의무가 있는 각종 회의체의 회의록은 모두 작성 의무를 준수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의대 증원 관련 주요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료계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공공기록물법)과 그 시행령에 따르면 ‘차관급 이상 주요 직위자가 구성원인 회의’ ‘개별법·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위원회’ ‘그 밖에 회의록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 등은 회의록을 작성해야 한다. 회의록은 회의 명칭, 개최 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을 포함해야 한다. 박 차관은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를 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라며 “정부는 서울고등법원 요청에 따라 회의록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등이 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의대 증원에 대한 조사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10일까지 제출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정부 해명에도 의료계는 “밀실 야합”이라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오후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차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국가 중요 정책을 추진하는데 기본적인 기록이 없다는 것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정부는 처음엔 보정심 회의록이 없다고 했다가, 녹취록을 제출했다고 했다가 이제는 법에 따라 작성했다고 말을 바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록 없다는데…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대화 채널이었던 의료현안협의체의 회의록을 놓고서도 양측의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의료현안협의체는 올해 2월까지 27차례 열렸다.

박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현안협의체는 정부와 의협이 상호 협의해 보도자료와 사후 브리핑을 통해 회의 결과를 공개해왔다”라며 “의료현안협의체는 법에서 규정한 협의체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회의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협과 협의에 따라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다는 얘기다. 박 차관은 “회의 종료 즉시 문안을 서로 협의해 회의 명칭, 개최 기관, 일시와 장소, 참석자 명단, 상정 안건, 주요 논의 결과를 담은 보도 설명자료를 총 27차례 배포했다”라며 “이는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서 요구하는 회의록 작성에 준하는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호 협의에 따라 회의록이 없다는 점은 당시 협상에 참여했던 전임 의협 집행부 인사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달 취임한 임현택 의협 회장은 회의록 부재를 문제 삼고 있다. “일본 의사 수급 분과회는 후생노동성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과 참고 자료를 전부 공개한다(임 회장)”라면서다. 박 차관 등을 이날 고발한 이병철 변호사는 “의료현안협의체는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에서 ‘그 밖에 회의록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에 포함되기 때문에 회의록 작성의무가 있다”고 정부 설명을 반박했다.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조용현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는 “회의록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의대 증원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어떤 논의가 그동안 진행됐는지에 대한 자료를 내라는 게 판사의 의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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