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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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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칸·아카데미 동시석권 보인다···1955년 딱 한번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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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3일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및 6개 부문 후보로 발표되자 북미 배급사 네온이 자사 트위터에 자축의 이미지를 올렸다. [사진 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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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사이트’ 곽신애, 봉준호!” 영화 ‘기생충’의 영어 제목과 함께 제작자 곽신애(바른손이앤에이) 대표, 봉준호 감독의 이름이 작품상 후보에 불렸다. 13일 오전 5시(현지시간)께 미국 아카데미 후보 발표 유튜브 생중계에서다. 마지막으로 작품상 명단을 읽어 내려가던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존 조의 목소리가 유독 밝았다.

이날 ‘기생충’은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미술상‧편집상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상 공식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영화 사상 최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달 9일(현지시간) 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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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지난해 5월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영화제에서 제작자 곽신애 대표, 배우 송강호, 봉준호 감독의 밝은 모습. 곽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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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은 전세계 8000여명 영화계 종사자로 이뤄진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매해 시상하는 할리우드 최대 축제이자, 홍보무대다. ‘기생충’은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북미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이 검증되며 유력 수상 후보로 주목받았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 등 외신에선 ‘기생충’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뿐 아니라 작품‧감독‧각본상까지 4개 부문 후보에 유력하다는 예측이 많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예상 밖에 미술상‧편집상 후보에도 오르며 한국영화 기술력까지 주목받게 됐다. 미국 현지에서 유튜브를 통해 후보 발표를 지켜본 이하준 '기생충' 미술감독은 "너무나 가슴 벅차고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리스펙트!"라고 소감을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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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발표 직후 영화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의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포스터. [사진 네온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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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작품상을 놓고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겨룬다.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는다면 비영어 영화로선 처음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쥔 영화도 지금껏 미국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스 영화 ‘마티’ 이후 한 번도 없었다. 1955년 황금종려상 수상 이듬해 아카데미 작품상까지 차지했다.

감독상 부문에서 봉 감독은 마틴 스코시즈(아이리시맨), 토드 필립스(조커), 샘 멘데스(1917), 쿠엔틴 타란티노(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할리우드 거장들과 경합을 벌인다. 역대 아시아인 수상자는 대만의 이안 감독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할리우드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차례나 수상했다. 이번에 수상할 경우 봉 감독은 역대 단 두 명의 아시아계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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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최종 후보 발표 직후 영화 '기생충' 북미 배급사 네온의 공식 트위터에 올라온 포스터. [사진 네온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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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각본상에선 ‘나이브스 아웃’ ‘결혼 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경쟁한다. 수상 장벽이 의외로 높은 게 바로 이 각본상이다. 역대 비영어 영화 최초 각본상 수상작은 1946년 스위스의 리처드 쉬웨이저 감독의 ‘마리 루이스’가 있지만, 아시아계 각본상 수상자는 90여년 아카데미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한편, 올해 최다 부문 후보작은 11개 부문에 호명된 ‘조커’다. 호아킨 피닉스의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작품‧감독‧각색‧촬영‧편집‧음향편집‧음향믹싱‧음악‧분장‧의상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세 편이 각기 10개 부문 후보에 불렸다.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이 작품상‧감독상‧각본상‧촬영상 등에 호명됐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작품상‧감독상‧각본상‧촬영상 등에 더해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브래드 피트가 각각 남우주연상‧남우조연상 후보를 나눠 가졌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아이리시맨’도 작품상‧감독상‧각색상‧촬영상 등 외에 알 파치노와 조 페시가 남우조연상에 동시에 올랐다.

‘기생충’의 북미 현지 배급사 네온이 남우조연상 후보로 적극 홍보했던 송강호가 끝내 후보에 오르지 못한 데는 지난해 할리우드의 이런 남성 영화 풍년이 한몫했다.

올해 아카데미 연기상은 남녀주조연상 4개 부문 통틀어 단 한명의 유색인종 후보(‘해리엇’ 신시아 에리보‧여우주연상)만을 호명하며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SoWhite)’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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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사상 비영어 영화로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가진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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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아카데미상 최다 수상 비영어 영화는 4관왕에 오른 두 편이었다. 스웨덴의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화니와 알렉산더’가 1984년 외국어영화상‧촬영상‧미술상‧의상상, 대만의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2001년 외국어영화상‧미술상‧음악상‧촬영상을 받았다. 다음 달 9일 LA 돌비극장에서 개최될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이 새로운 역사를 쓸지 주목된다.

한편, 올해 아카데미상에선 이승준 감독의 세월호 다큐 '부재의 기억'도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올랐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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