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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눈 셋 달린 자율주행차, 눈 하나는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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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라이다(LiDAR) 없이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카메라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조선비즈

눈이 쏙 숨어있었네 - 라이다(LiDAR)는 레이저를 이용해 차량 주변 환경을 파악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이다. 지금까진 크기도 크고, 가격도 비싼 것이 문제였지만 최근 들어 크기를 줄이고 차량 안에 내장할 수 있는 소형 라이다가 다수 개발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의 라이다 기업 이노비즈가 만든 차량 내장형 소형 라이다. /이노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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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0의 자동차 관. 인텔의 자회사인 자율주행 부품 개발 업체 모빌아이 관계자의 발표에 참석했던 업계 관계자들이 웅성웅성 대기 시작했다. '라이다'는 차 주변 100~500m 지역을 입체 지도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카메라 센서·레이더와 함께 자동차의 눈[目] 역할을 하는 '자율주행 3대 필수 부품'으로 불린다. 현재 기술을 볼 때, '라이다'를 없앤다는 건 한쪽 눈을 감고 운전한다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모빌아이는 카메라와 레이더 부품만으로 라이다 없이도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것이다. 바로 옆에 부스를 차린 라이다 업체 벨로다인 관계자는 "5단계 완전 자율주행을 위해선 400~500m 앞을 내다봐야 하는데 카메라 센서만으로 100% 안전하다고 담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우리는 비싼 라이다 대신 카메라 센서와 레이더를 이용해 자율주행을 구현할 것"이라고 했다.

'상호 보완'하는 관계였던 자율주행 부품 업계가 '경쟁 구도'로 바뀌고 있다. 자율주행 부품은 값이 워낙 비싸서 기술·안전에 문제만 없다면 가급적 적게 쓰고 최적화하는 것이 낫다. 최종 완성차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차 업체뿐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유리하다. 업체들이 '시장 독점'을 목표로 본격 경쟁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너 없어도 돼"… 진화하는 부품들

자율주행의 핵심 부품 업체들이 서로를 대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건, 자율주행 부품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한 부품으로도 여러 부품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카메라 센서는 차량 주변 물체를 인식하는 데 쓰이는 부품이다. 다만 심야 시간대나 눈비 등의 악천후 상황에선 촬영이 잘 안 돼 물체 식별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레이저로 차량 주변 360도를 스캔한 뒤, 3D 지도까지 그릴 수 있는 라이다가 꼭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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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최근 들어선 카메라 해상도가 높아지면서, 악천후에서도 물체를 식별할 수 있게 됐다. 카메라 센서가 라이다 역할을 일부 대체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카메라는 단일 렌즈를 쓴 탓에 원근감을 알아차리기 어려웠는데, 최근 들어선 렌즈 2개를 나란히 쓰는 '스테레오 방식'을 채용해 원근감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양쪽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멀고 가까운 것을 쉽게 인식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당초 원근감을 파악하는 것도 라이다 역할이었다. 레이더도 기술 발전으로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게 되면서, 라이다 역할을 일부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다도 이런 상황에서 기술 발전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원래 7만달러(약 8000만원)를 넘길 만큼 비싼 가격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올해 CES에선 라이다 가격이 100달러(약 11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벨로다인이 공개한 신제품 '벨라비트'는 가격이 딱 100달러였다. 고가(高價) 버전보다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여러 개를 동시에 장착하면 저렴한 가격에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기 자율주행 부품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부품 2.0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 자율주행 업계 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핵심 산업… 너도나도 뛰어든다

한때 테스트 차량에만 쓰였던 자율주행용 부품은 이르면 1~2년 안에 양산차에도 다수 적용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이 본격 열리게 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들뿐 아니라 IT 업체·스타트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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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다가 보면 이렇게 보인다 - 라이다로 촬영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팰로앨토 인근 도로 사진. 야자수가 좌우로 늘어선 모습이 3D 지도 형태로 구현됐다. /와이어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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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계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는 기존 카메라 센서, 레이더 제품에 이어 이번 CES에서 라이다 시제품을 선보였다. 자율주행 전 제품군을 갖춘 것으로, 향후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프랑스 부품 업체 발레오도 벨로다인과 비슷한 수준의 근거리 라이다를 새로 내놨다. 4D 이미지 레이더를 공개한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열화상 카메라를 선보인 플러, 적외선 카메라를 소개한 트라이아이 등은 모두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이다. 기존 레이더·카메라의 단점을 개선하는 제품을 소개했다. 이번 CES에선 IT 업체들도 자율주행 부품 개발에 뛰어들어 이목을 끌었다. 전구 업체 오스람은 광학 기술력을 바탕으로 라이다 시제품을 공개했다. SK텔레콤파이오니아와 협력해, 악천후 상황에서도 500m 이상 거리의 목표물 인식이 가능한 차세대 라이다 시제품을 선보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올해 CES에선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센서 업체가 자율주행 관련 부품을 공개했다"면서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어느 기업도 미래 강자가 될 수 있고, 약자로 전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레이더와 라이다

레이더(Radar)는 전자기파를 내보내 물체를 감지하고, 물체에 반사된 전파를 분석해 거리나 속도 등을 측정하는 부품이다. 저렴하지만, 물체의 형태를 인식하는 것은 어렵다. 라이다(LiDAR)는 전자기파 대신 레이저를 내보내 물체를 감지하고, 반사된 빛을 분석해 3D 지도로 구현하는 부품이다. 사진 수준으로 정밀도가 높고 물체의 형태도 인식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것이 단점이다.

라스베이거스=윤형준 기자(br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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