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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기업에 목청 높였더니 수익률 17%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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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펀드는 소신 없이 따라가는 거수기 주주라는 통념을 깨고 기업들을 상대로 목소리를 높였더니 펀드 성과가 1년 동안 17% 상승했다. 지난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수익률 1위를 달성한 KB자산운용의 '주주가치포커스펀드' 얘기다.

이 펀드는 조사 대상인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163개 중 수익률이 단연 1등이었다. 지난해 3조원에 달하는 펀드 환매 쓰나미 속에서도 202억원이 유입되는 등 인기까지 잡았다.

조선비즈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운용1팀장이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용현 매니저가 운용한 'KB주주가치포커스' 펀드는 지난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수익률 1위에 올랐다. /KB자산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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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계의 '무서운 아이'로 급부상한 30대 펀드매니저 정용현 KB자산운용 밸류운용1팀장은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해 왔지만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책에는 큰 관심이 없는 기업들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쳤다"면서 "투자자 지적에 귀 기울이면서 주주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기업들은 회사 가치를 인정받으며 주가가 올랐고 펀드 성과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다수 운용사가 상장 기업 관계 악화 등을 걱정해 입을 닫고 몸을 사리는 것과 달리, 정용현 매니저는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왔다. 지난해엔 유통업체 광주신세계에 저배당 문제를 지적해 회사 측에서 '배당을 확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또 국내 대형 연예 기획사 에스엠에는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있다면서 주주 서한을 보내 화제가 됐다.

지난 2018년 3월 첫 펀드 출시 이후 이렇게 주주 서한을 보내면서 적극적으로 주주 활동에 나선 기업은 총 8곳에 이른다. 그는 "주주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업 가치의 저평가 해소 시점을 앞당기려고 한다"면서 "국내 상장사 2200곳 중에서 관심 있게 살펴보는 기업은 300곳 정도 되고, 이 중에서 기업 40~60곳을 골라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냉혹한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간섭하는 공격적 헤지펀드와는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단기로 투자해서 차익을 챙기거나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펀드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장 우선합니다. 투자 여력을 훼손하지 않은 상태에서 남는 현금 흐름에 대해 주주들과 함께 나누자는 것이지요. 기업과 주주가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 가자는 겁니다."

정 매니저는 특히 오는 3월 주총 시즌을 전후해서 주주 가치 확대를 고민하면서 소통하는 기업에 대한 시장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저성장·저금리 상황에서 모든 투자자가 성장에 목말라있기 때문에 이익이 늘어나고 현금흐름도 좋아지고 주주 환원도 잘하는 성장 기업과 그러지 않는 기업의 편차는 더욱 벌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양적 완화 정책으로 유동성이 풀리는 것이 증시에 호재라는 의견이 있지만 오히려 경제 체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막대한 돈이 풀리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면서 "유동성 과잉 공급으로 자산 시장에 거품이 끼어가는 만큼, 올해 잃지 않는 투자를 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도 위험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은 기자(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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