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불똥을 맞고 있다.
투자자들은 법무법인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면서 판매사인 은행도 함께 고소했다. 투자자들은 무역금융펀드가 사기로 밝혀지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투자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은행을 걸고 넘어진 건 만약 라임자산운용이 돈이 없는 경우 판매사인 은행으로부터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다. 이렇게 한 판례도 있다. ‘사기’ 상품을 판 은행과의 계약 자체를 취소할 수도 있다.
소송에 앞서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대부분 판매사인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했으니 투자한 돈을 돌려달라는 것이다. 다만 분쟁조정에서는 투자한 돈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은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금융권은 라임 사태도 DLF(파생결합펀드)처럼 불완전판매로 정리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선 투자자 입장에선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가 소송보다 간편하고 시간도 덜 걸린다. 비용도 소송보다 적다. 소송에서 승소하면 받은 돈의 10% 안팎을 성공보수로 지급해야 하지만 분쟁조정은 직접 신청할 수 있고 법무법인을 끼더라도 통상 초기비용만 부담하고 성공보수는 주지 않아도 된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사기로 결론이 나면 감독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부담이 있다. 금융회사가 ‘사기’ 상품을 만들도록 방치했고 그걸 팔도록 내버려 둔 것을 감당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투자상품이국내에만 국한된 상품이 없는 만큼 사기로 규정하기 위해선 해외 금융당국의 정책 협조도 필요하다. 이 경우 국내 정서로만 접근하기 어려워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물론 은행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16개 판매사 공동 대응단은 라임 사태는 전적으로 라임자산운용이 잘못한 것이라며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이다. 라임 펀드에 대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도 공동대응단이 요구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라임 펀드에 대한 실사결과가 나오면 라임자산운용에 유동성 확보계획과 상환계획 수립을 요구할 것”이라며 “실사와 금감원 검사 결과 등을 통해 위법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형사 고소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라임 펀드가 대부분 회사채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투자등급이 3~4등급인 중위험 펀드여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낮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미 DLF 손실 사태를 불완전판매로 인정하고 배상을 시작한 은행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DLF에 이어 라임 사태까지 판매사인 은행이 불완전판매 책임을 지고 물어주기 시작하면 ‘투자 책임은 투자자 본인이 진다’라는 기본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직은 공모펀드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고 ‘불완전판매’라며 물어달라는 요구가 없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면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 더 이상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학렬 기자 toots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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