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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진 문 대통령의 국정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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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경제 난맥상에도 ‘마이웨이’ 기조

현실과 괴리된 ‘소명 의식’ 성공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국민 전체보다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논리로 일관했다. 지난 7일 내놓았던 신년사와 마찬가지로 냉철한 진단이나 자성은 찾기 어려웠다. 경제와 북한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현실과 거리가 멀었다.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을 보면 국정 기조의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우선 경제 인식이 안이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 지표가 줄고 긍정적 지표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국내외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신년사에서도 “고용이 회복되고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 속사정은 알고 말하는 것일까. 고용이 회복되고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 건 세금을 쏟아부어 가까스로 만들어낸 수치에 불과하다. 어르신 단기 일자리를 잔뜩 만들어 고용 참사에 땜질 처방을 했고, 저소득층에겐 현금 지원을 늘려 불평등 악화를 진정시켰다. 이는 증상을 일시 완화하는 대증요법일 뿐이다.

민간의 투자 의욕이 크게 약해졌고 경제의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은 자꾸 떨어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기조가 빚은 결과다. 이대로 가면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나라 곳간만 축내게 될 것이라고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고한다. 경제 석학인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니라 소득주도 빈곤으로 가고 있다”며 “정부는 포퓰리즘을 멈추고 친시장·친기업·친투자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동산 정책도 “지금의 대책이 실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했는데, 이에 대해선 정의당도 “땜질식 대책을 계속 내놓을 게 아니라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초, 그것만으로도 아주 큰 마음의 빚을 졌다”고 했다.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법원 영장판사는 이미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배우자 정경심씨의 공소장에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취득하고 허위 서류를 자녀 입시에 활용한 범죄 등이 적시돼 있다. 이로 인해 마음의 고초가 가장 컸던 이들이 국민이다. 국민 다수가 조국 사태를 겪으며 좌절하고 절망했다. 이를 외면한 ‘조국 감싸기’는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은 울산시장 선거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에 대해 질문을 받고선 “수사 중이라 언급이 적절치 않다”고 피해 갔다. 하지만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나 재판 역시 마무리되지 않았음은 몰랐을까. 문 대통령은 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에 대한 질문을 받고선 “어떤 사건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열심히 수사하고, 어떤 사건은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선택적’이란 발언 역시 ‘성역 없이 수사하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집권 4년 차에 접어든 대통령이라면 ‘소명 의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역시 예외가 아닐 거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소명 의식은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협치가 필요하고, 지도자는 반대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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