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한 검찰권을 상호견제가 가능하도록 분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경찰이 과연 그 권한을 올바르게 행사하고,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많다. 역대 정권마다 경찰이 권력에 줄을 대고, 청와대 의중에 맞춰 행동해 온 사례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 정부 들어서도 경찰은 야당 시장이 공천받던 날 시장실을 압수수색하고, 대선 여론 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조작 주도자의 주 활동지인 출판사 계좌도 조사하지 않는 어이없는 행태를 보였다. 지난해 강남경찰서에서는 유흥업소와의 유착 관계로 무려 99명이 전출됐다. 정치적 중립성, 전문성, 도덕성 등에서 충분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 것이다.
경찰은 수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사건 무작위 배당제, 진술 녹음제 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 노력과 비대해진 경찰권의 분산이다. 2018년 검경수사권 조정 합의 당시 포함된 국가수사본부 신설과 자치경찰제는 이번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슬그머니 빠졌다. 그 대신 경찰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벌어질 검찰과의 시행령 제정 싸움에서 더 많이 차지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국민을 위해 한 것이지, 경찰의 밥그릇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경찰은 역량에 비해 너무 큰 권한을 받았다는 소리가 안 나오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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