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바렌보임의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최초의 동양·여성·최연소 악장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16일 피아니스트 벤킴과 첫 무대
손가락으로 짚는 1㎜보다도 작은 오차 하나에 바이올리니스트는 인생을 건다. 이지윤은 "그 정교함이 가슴 쿵쿵 뛰는 매혹"이라고 했다. /박상훈 기자 |
경험 삼아 시험을 봤는데 기적의 팡파르가 울렸다. 2017년 명장 다니엘 바렌보임(78)이 이끌고 있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에서 악장으로 뽑혔다. 이듬해 5월 단원들 만장일치로 종신 악장이 됐다. 지난해 6월엔 이 악단의 가장 큰 여름 이벤트에 발탁돼 4만5000명 앞에서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그리고 올해, 이지윤은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의 상주 음악가가 되어 네 차례 자신만의 무대를 연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30세 미만 클래식 연주자 중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려는 지점에 서 있는 음악가에게 1년간 독주회를 네다섯 번 열 기회를 주는 제도다. 곡목을 마음껏 짤 수 있고, 파트너도 직접 고른다. 14일 아침 서울에 도착한 그는 악장으로 숨 가쁘게 산 지난 2년 6개월을 떠올리며 "이지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하고, 어떤 분위기를 내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2015년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시상식에서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을 겪었다. 사회자가 우승자로 '임지영'을 불렀는데 발음을 잘못 알아들은 동료들이 그의 등을 떠밀었다. "착오란 걸 알고 되돌아올 땐 오히려 담담했어요. 우승자가 아니라 열두 명 중 여섯 명의 입상자로 다시 나갈 땐 그 길이 참 멀게 느껴졌죠." 그는 "속이 상했지만 덕분에 무슨 일이 터져도 단단한 심장을 갖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1년 뒤 그는 카를 닐센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열여섯 소년처럼 모든 곡을 태어나 처음 지휘하는 것처럼" 열정을 쏟아붓는 바렌보임을 만나 지휘자와 단원들 간 소통을 책임지는 "오케스트라 속 외교관"으로 눈부신 비상을 꿈꾸고 있다.
첫 무대는 16일 오후 8시에 열린다. ARD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벤 킴과 함께 버르토크의 '6개의 루마니아 민속 춤곡'과 야나체크 소나타, 코른골트 오페라 '죽은 도시' 중 피에로 춤곡 등을 선보인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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