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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배연국의 행복한 세상] 올해 대박 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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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TV 카메라가 거제 외포항의 삶을 비추고 있었다. 대구잡이 철을 맞은 어촌의 연말 풍경은 펄떡거리는 생선처럼 생동감이 넘쳐났다. 새해를 몇 시간 앞둔 으스름 저녁에 한 어민이 중년의 아주머니에게 말했다. "아주머니네 덕장이 무너졌어요!" 덕장이 넘어졌다는 소리에 아주머니는 그만 억장이 무너졌다.

망연자실! 하지만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아주머니의 어두운 표정은 채 1분도 가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 표정을 미소로 바꾸더니 이렇게 외치는 게 아닌가. "새해엔 대박 날 거예요!" 방송국 PD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자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덕장이 무너졌는데도 생선이 하나도 안 부서졌잖아요. 새해에 잘 될 거라는 징조 아니겠어요?" 그러고는 바닥에 흩어진 생선들을 손수레에 싣고 가게로 옮기는 것이었다.

새해 첫 날인 다음날, PD는 그 아주머니 가게를 다시 찾았다. "제가 어제 대박이 날 거라고 했죠. 정말 그대로 되었어요. 오늘 손수레 3개 가득 대구를 팔았어요." 아주머니가 뿜어내는 희망의 언어들이 오후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매년 해가 바뀌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행복에서 중요한 것은 복(福)이 아니라 매사 다행으로 여기는 행(幸)이다. 幸을 잘하면 福은 덤으로 따라온다. 福은 남이 주는 것이지만 幸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남이 주는 공짜는 쉽게 사라지지만 자기가 만드는 것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설혹 없어져도 언제든 다시 만들면 된다.

다행 幸이라는 글자는 상하좌우로 뒤집어도 幸이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다행으로 여기는 긍정의 마음’이 幸이라는 얘기다. 살다 보면 거제 외포항의 아주머니처럼 덕장이 무너지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럴 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나?”라고 한탄하지 말고 '이만하면 다행!'이라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자기 삶을 단단하게 무장하면 정말 대박이 온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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