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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무려 18마리… 최다 출산 기록한 기린 '장순이'의 나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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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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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평균 4.3~5.7m의 높이와 800~1200kg의 몸무게를 가지며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육상동물 중에서 가장 키가 큰 반추동물이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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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신사로 불리는 기린은 분류학적으로 '우제목 기린과 기린속'에 속하는 유일한 종으로 9개 아종이 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며 육상동물 중에서 가장 키가 크고 반추동물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

성장한 기린은 평균 4.3~5.7m의 높이와 800~1200kg의 몸무게를 가지며 수컷이 암컷보다 크다. 긴 목과 다리에 비하여 몸체는 짧은 편이며 태어날 때부터 뿔이 있다. 눈은 머리 양쪽으로 크게 튀어나와 큰 키와 더불어 넓은 시야를 가지며 색을 어느 정도 구분하고 청각과 후각도 예민하여 포식자의 접근을 빨리 알 수 있다. 콧구멍은 닫을 수 있어 모래바람이나 개미 같은 작은 해충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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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태어날 때부터 뿔이 있고, 눈은 머리 양쪽으로 크게 튀어나와 큰 키와 더불어 넓은 시야를 가진다. 색을 어느 정도 구분하고 청각과 후각이 예민해 포식자의 접근을 빨리 알 수 있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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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cm 길이의 짙은 자주색 혀는 나뭇가지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며 몸단장이나 콧구멍의 청결을 유지한다. 윗입술도 유연하고 잔털이 있어 먹이 섭취 시 가시를 골라낼 수 있다. 피모의 얼룩반점은 지문과 같아 개체를 식별할 수 있으며 사바나 숲에서는 위장술이 된다. 피모에는 기생충이나 해충이 기피하는 독특한 냄새의 화학물질이 있으며 두꺼운 피부는 가시덤불을 달릴 때도 상처를 입지 않도록 보호한다. 1m 길이의 꼬리 끝에는 길고 촘촘한 털이 있어 피부에 해충이 붙는 것을 방어할 수 있다.

기린의 목은 평균 2~2.4m에 이르나 목뼈의 수는 보통의 동물과 같이 7개다. 따라서 한 개의 목뼈의 길이는 30cm 정도가 되며 목뼈와 목뼈의 연결은 매우 긴밀하다. 목의 근육과 인대는 잘 발달하여 긴 목을 무리 없이 구부릴 수 있게 만든다. 강한 목은 대단히 중요하다. 수컷끼리 우열을 가릴 때는 목을 내밀고 머리를 흔들어 그 탄력으로 상대의 머리를 때리며 싸운다. 이를 네킹(necking)이라 하는데 평상시에는 심하게 다투지 않는다. 그러나 짝짓기 시기에 암컷을 두고는 격렬하게 싸워 머리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며 때로는 의식불명에 빠지고 목뼈가 부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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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목은 평균 2~2.4m에 이르나 목뼈의 수는 보통의 동물과 같이 7개다. 한 개의 목뼈의 길이는 30cm정도가 되며 목뼈와 목뼈의 연결은 매우 긴밀하다. [사진 신남식]




길어도 너무 긴 목을 가진 기린은 두 가지의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심장과 머리 사이에 혈액이 안정적으로 왕래하는 것과 신선한 공기를 폐까지 공급하여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기린의 심혈관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능력이 더해진다. 심장은 11kg의 무게와 60cm 길이, 7.5cm 두께의 심장벽을 가지고 분당 150회의 박동과 160~260mmHg의 압력으로 혈액을 밀어 올린다.

물을 마신 후 머리를 급히 들어 올릴 때는 목과 머리 사이에 잘 발달한 뇌의 세동정맥그물(rete mirabile)과 목정맥의 판막 그리고 뇌척수액이 빠른 압력변화를 해결하여 실신을 예방해준다. 기린이 물을 마시기 위해 머리를 숙일 때는 동맥을 통해 흘러온 많은 혈액이 세동정맥그물에 일시 저장돼 뇌까지 과다하게 흘러가지 못한다. 적혈구는 사람의 1/3의 크기로 작은 혈관도 잘 흐를 수 있고 표면적이 넓어 기린의 머리와 신체 각 부위에 충분한 양의 산소를 공급한다.

구강에서 폐에 이르는 기관의 길이가 3m 정도로 길기 때문에 호흡할 때 기관 내에 공기가 많이 잔류해 충분한 양의 신선한 공기가 폐로 공급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기린은 작은 직경의 기관과 분당 8~10회의 긴 호흡으로 이를 해결한다. 식도의 근육은 매우 강해 음식물을 위에서 구강까지 끌어올려 되삭임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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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이 물을 마시기 위해 머리를 숙일 때는 동맥을 통해 흘러온 많은 혈액이 세동정맥그물에 일시 저장돼 뇌까지 과다하게 흘러가지 못하게 해 실신을 예방해준다.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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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다리 때문에 높은 혈압이 부하되어 말초부종과 상처 시 과다출혈이 우려되나 다리의 혈관벽이 두껍고, 단단한 피부는 내중력복(G-suit)과 같은 역할을 해 문제가 없다. 특히 사지 말단의 혈관은 가장 두껍다.

기린은 최고 시속이 60km이며 50km의 속도로는 수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어 초기에 사자의 공격을 피한다면 안전하게 도망갈 수 있다.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먹는 데 소모하며 물이 없어도 2~3주는 견딜 수 있다. 잠은 하루에 5시간 정도이나 얕은 잠이 대부분이고 서서 자기도 한다. 무리는 100마리까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2~10마리이며 수컷은 단독생활도 즐긴다. 앞발이 뒷발보다 10% 정도 길며 걸을 때는 한쪽의 앞뒤 다리가 동시에 움직이는 특징이 있다. 앞발은 강력한 방어무기로 사자에게도 일격을 가할 수 있다. 늪지와 자갈길은 회피하며 수영은 전혀 못 한다. 조용한 동물이지만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소리를 들었다는 말이 없다. 30여년간 기린을 관리한 사육사에게 직접 확인하였으나 소리의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기린은 생후 3~5년이면 번식이 가능하다. 임신 기간은 평균 420~450일이며 한 마리가 태어나지만 간혹 쌍둥이도 있다. 갓 태어난 새끼의 키는 1.8m 정도이며 한 달에 6~8cm씩 자라 2년이 지나면 거의 두 배가 된다. 새끼 기린은 사자는 물론 표범 하이에나 아프리카들개의 표적이 되어 생후 6개월까지 50%가 죽는다. 평균수명은 25년 정도이며 새끼는 보통 20개월 간격으로 태어난다. 산술적으로 암컷 한 마리가 일생 12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을 수 있지만 보통은 6~8마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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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왕 기린 장순이. 이제는 최고령 기린에 도전하고 있다. [사진 에버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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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분만기록은 한국의 동물원이 가지고 있다. 에버랜드동물원의 암컷 ‘장순’이는 1986년생으로 1990년 첫 출산 이후 2013년에 17산차 18마리째를 마지막으로 출산했다. 한번은 쌍둥이를 낳았다. 2~3번은 새끼를 더 낳을 수 있었으나 수컷이 2015년에 세상을 떠났고 다른 수컷은 근친으로 신기록 행진이 중단됐다. 아쉬움이 있으나 ‘장순’이는 현재 나이 34살로 최장수명의 세계기록에 도전 중이다.

아프리카의 야생에는 약 10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되어있으나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의 등록된 동물원과 기관에서 보호하고 있는 수는 2000여 마리 정도이다. 국내에는 4개 동물원에서 19마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동물원과 에버랜드동물원에서 기린의 특성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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