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Citylife 제713호 (20.01.21) BOOK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분리와 차별을 넘어 공존의 도시로 『짓기와 거주하기』

시티라이프

리처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김영사 펴냄


19세기 도시 제작자들은 사는 것과 지어진 것을 연결시키려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20세기에는 시테와 빌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방식으로 도시 만들기가 진행되었고, 그 결과 도시는 내적으로 빗장 공동체가 되었다. ‘닫힌 도시’다. 대표적 예는 19세기 파리다. 18세기 초 유럽에서는 도시로의 대량 이주가 시작됐다. 주로 빈민층이었고, 목적지는 런던과 파리였다. 일자리는 부족했고, 대중은 엉겨 붙은 피처럼 대도시를 부유했다. 빈부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질병으로 인해 공중 보건 차원에서 도시의 역할은 다시 쓰일 필요가 있었다. 역병을 치유한 건 의사가 아니라 토목기사였다. 1859년, 스페인 건축가 일데폰스 세르다는 ‘도시계획’이란 단어를 최초로 고안했다. 절단기가 발명되어 평평한 석재를 대량 생산하게 된 뒤, 포장도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19세기 전반까지 파리는 이동성에서 최악의 도시였다. 천년의 역사 동안 도로들이 뒤틀리고 불규칙한 형태가 됐다. 3번의 혁명은 나폴레옹 3세가 오스만 남작을 도시계획 책임자로 임명하기 전 일어났다. 시위자들은 뒤틀린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쌓아 군인과 맞섰다.

오스만 남작은 20년 동안 도시를 곧게 폈다. 북에서 남으로, 동에서 서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세 개의 대로를 설치해 각 부분들에 교통 시스템을 결합시켰다. 폭동 시 마차가 끄는 대포 2대가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양편으로 포격할 수 있도록 한 것. 도시가 혁명으로부터 안전해지자 그는 네트워크의 도시로의 개조를 이끌었다. 튈르리를 비롯한 중앙 정원은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대로변에는 파리 중산층에게 공급될 주택들이 배치됐다. 1층에는 상점과 작업장, 2층에는 부자들의 집이 들어서고, 위층에는 서민들이 살았다. 그러나 그 계획과는 반대로 대로변의 카페는 배타적인 장소가 아니라 모든 파리인을 위한 대중적 장소가 됐다. 오스만의 도로에서 사람들은 사교적으로 어울렸고, 효율적으로 돌아다니게 된 것이다. 이것이 탄압의 대가로 얻어진 진보일까. 열린 도시 파리는 오스만이 남긴 가장 강력한 유산이다.

난해하고 철학적인 개념들을 통해 ‘이상적인 도시’를 그리는 이 책에서 가장 볼 만한 부분은 저자의 도시 비평기. 파리와 바르셀로나와 델리와 상하이와 상파울루까지 도시의 면면이 소개된다. 한국의 송도도 찾았다. 엔지니어들의 환상이 구현된 스마트시티에 도착한 젊은 연구자들은 곧 이 공간을 ‘무미건조하고 무기력한 유령 도시’라 평하며 불편해 했다. “단조롭고 모니터링이 과도하며 중앙 집중화된 송도에는 다양성이나 폴리스가 찬양하던 민주주의의 특징이 전혀 없다. 이 공간은 도시계획가에게는 악몽이며, 컴퓨터 회사에는 환상이다.”

명작인 ‘장인’과 ‘투게더’를 통해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기술’과 ‘협력’의 가치를 옹호해온 세넷은 결국 ‘도시’라는 말년의 종착역에 도달한 듯싶다. 세심한 관찰과 학문적 통찰, 윤리적 균형까지 갖춘 그의 또 다른 책을 만날 기회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나의 반려식물 다이어리 『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시티라이프

정재경 지음/ 생각정거장 펴냄


저자 역시 식물 킬러일 때가 있었다. 제대로 키우지 못하니 선물로 받은 식물도 반갑지 않았다. 그러다 미세먼지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삶을 위한 고민 끝에 식물의 곁에 있는 길을 택했다. 그렇게 식물에게서 매일 매일 배우는 삶이 시작됐다. 식물은 본연의 모습대로, 서로 비교하지 않고 균형을 이루며, 그저 매일매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갔다. 식물은 오늘에 머물지 않고, 어떻게든 성장했다.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잎을 올리며, 꽃을 피웠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뜨거운 해가 내리쬐도 묵묵하게 견디며 열매를 맺었다.

이 책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어느덧 200개가 넘는 식물을 키우게 된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터 정재경의 반려식물 이야기다.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한 ‘반려식물 200개 온실 같은 집’도 250만 뷰를 기록한 인기 연재물이다. 반려식물은 실제로 일터와 생활공간인 집의 공기를 바꿔줬다. 200개의 식물이 함께 하니 실내 미세먼지는 늘 외부의 10% 수준을 유지했다. 식물은 호흡하며 기공으로 미세먼지를 흡수해 에너지대사 과정에서 분해하고, 남은 미세먼지는 뿌리로 보내 미생물이 분해하게 한다. 게다가 식물의 향은 풍미를 더해줬다. 타임, 허브, 로즈메리, 바질 등의 허브는 먹기도 좋고 향도 좋았다. 저자는 4년 동안 “식물과 함께 살면서 몸의 건강을 얻었을 뿐 아니라 마음도 치유했다”고 고백한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3호 (20.01.21)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