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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12·16대책 한 달]강남은 '버티기', 세입자만 뺨 맞았다…3월 분수령(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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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 '엘스' 아파트 전경.


"팔 사람은 '안 팔았으면 안 팔았지, 더는 못 내린다'고 해요. 살 사람은 전화 와선 '아직 많이 안 내렸네요' 하죠. 대책 이후에 계속 '밀당(밀고 당기기)'이에요.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지만 그렇다고 매도자가 2억~3억원씩 내려 '급급매'를 내놓지도 않아요."(송파구 잠실동 A 중개소 관계자)


12·16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세금·대출·청약·공급 대책을 총망라한 20개 이상의 대책이 쏟아지면서 매매는 얼어붙었고 일부에선 전세가격이 급등했다.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주요 타깃인 강남권에선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호가 하락이 발견되고 있으나 대부분 매도자들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었다. 매수자 역시 이들 지역에서 1억원 남짓 조정된 '급매'로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추가 하락을 기다리고 있다. 15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의 대출이 막히자 이들을 바라보던 매수 대기 수요는 보다 낮은 가격 매물에 눈을 돌리거나, 매매 의사를 접고 전세를 찾았다. 정시 확대와 자사고 폐지 이슈가 겨울방학 이사철과 맞물리며 전세 가격은 한 두달 새 수억씩 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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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급매 등장·신축 여전히 '버티기'…학습효과 작용= 지난 13일 찾은 강남·강북 부동산 시장은 모두 거래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강남에선 지난 가격 급등장에서 매입 시기를 놓쳤던 이들이 일부 매매를 했고 강북은 9억원 미만 물량 위주로 거래가 이뤄졌다. 현장에선 거래량이 대책 전 대비 80~90% 줄었다고 체감하고 있었다.


송파구 잠실동 일대는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엘·리·트'로 불리는 엘스·리센츠·트리지움의 경우 전용면적 84~85㎡가 지난해 20억원이 넘어섰고 59~60㎡도 15억원을 넘었다. 잠실엘스는 지난해 12월 21억7000만원에 실거래가 신고를 했다. 이들의 최근 호가는 5000만~1억원이 내렸다는 설명이다. 잠실동 B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어느 정도 조정을 받다가 다시 올랐던 학습효과 때문에 급매면 몰라도 몇억씩 내린 급급매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대책 후 2억~3억원씩 호가가 빠지던 종전과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매매와 전세 간 격차가 큰 재건축은 호가 조정폭이 더 컸다. 잠실주공5단지는 22억원 수준이던 전용 85㎡의 호가가 최근 19억5000만원 수준으로 빠졌다. 심의 지연 등으로 재건축이 묶여 있는 상황에 피로감을 갖고 있던 다주택자들이 상반기 세금 혜택을 노리고 급매를 내놓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과 서초구 반포동 분위기도 비슷했다. 대치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래미안대치팰리스는 대책 전 한 달에 1억원씩 뛰던 곳인데 지금은 영 잠잠하다. 하지만 호가가 떨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1억원 정도 조정된 급매 물건은 간혹 나오지만 대부분 매매 호가는 대책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포동 D부동산 대표도 "여기는 다들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 가격을 잘 떨어뜨려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강북 노원구와 성동구에선 9억원 미만 아파트 물건이 나오면 빠른 거래가 이뤄졌다. 노원구 중계동 E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중계주공5단지 아파트 전용 84㎡는 8억3000~8억5000만원이 현재 시세인데 대책 발표 후 오히려 더 올라갔다. 12일엔 전용 72㎡(28평)가 기존에 비해 4000만원 올라간 7억7000만원에 매매됐다"며 "공급이 워낙 부족한 데다 교육수요가 많아 앞으로 더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 응봉동 F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11~12월만 해도 6억4000만원 하던 응봉대림2차 전용 59㎡가 최근 6억7500만원에 매매됐다"며 "지난해 10월 7억원 수준이었던 행당대림 전용 59㎡ 역시 최근 8억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마포구 아현동 역시 매도 호가는 대책 전과 비슷했다. 인근 G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에 입주 가능한 전용 59㎡ 호가는 13억~14억원 수준으로 비슷하다"며 "다만 예전 같으면 호가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을텐데 최근엔 워낙 수요가 없어 산다고 하면 5000만원 가량은 조정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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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전경.


◆전세도 혼선…반포선 전세 수억 오르기도=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난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워낙 가파르게 오른 데다 대출도 어려워 매수 대기자들이 전세로 돌아선 영향과 겨울방학 학군 수요 등이 겹치면서다. 반포동 D 부동산 대표는 "다들 사는 게 힘들어지니까 전세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 래미안퍼스티지 전세 호가는 대책 전 대비 2억원씩은 뛰었다"고 설명했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대치동은 여전히 전세 매물을 찾기 힘들었다. 대치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전세는 원래도 물건이 잘 없었다. 다만 대책 이전에는 '귀한 수준'이었지 '못 구할 수준'은 아니었는데 지금은 '못 구할 수준'까지 갔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다만 잠실은 분위기가 달랐다. 잠실주공5단지는 4억~5억원 수준으로 주변 대비 상대적으로 싼 전세가에 최근 호가가 5000만원 가량 올랐다. 대단지인 엘·리·트엔 12·16 대책 이후 매물은 줄었지만 전세물건은 많이 나왔다. 전세가도 5000만~1억원 가량 빠졌다. 전용 85㎡가 11억까지 하다 최근엔 이제 10억원 미만으로 내려갔다는 설명이다.


강북 전세 가격 역시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였다. 응봉동 F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행당대림 전용 84㎡ 전세가 5억5000만원 수준"이라며 "작년 말까지만 해도 5억원에 여러 채 거래됐는데 벌써 5000만원 상승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매물·상한제 전후 분양 얼마나…올 봄이 분수령= 전문가들은 12·16 대책에 따른 시장의 본격적인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로 올 봄(3~4월)을 꼽았다. 오는 6월 말까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 물량에 대한 한시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가 이뤄지므로 '내놓을 물량'은 상당수 봄 이사철에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4월 말에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적용된다. 당장 3월부터는 수요자 역시 변수가 많다. 서울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제출해야 할 증빙자료만 15종으로 늘어난다. 대치동 C공인중개소 대표는 "자금조달계획서는 벌써부터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책 이전에 거래했던 물건인데 수억원씩 되는 계약금을 포기한 사람도 있었다. 거래액이 크다보니 잔금을 3월에 치를 예정이었는데 부담을 느낀 모양"이라고 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정책이 나온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정책 작동하고 이것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매매가격 상승폭이 둔화되고 있는 건 사실이나 9억원 미만 물량에 대한 풍선효과 우려 등은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고 본다. 올 봄 이어질 이슈들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12·16 대책에 따라 재건축 등 고가주택 거래가 급격히 위축되고 거래 관망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거래 소강상태 속 저가주택 거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봄 분양 성수기 분양시장으로의 수요 이전도 일어날 것으로 보여 시장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4월 본격화될 분양 시장 과열에 대비한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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