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1917’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운데 한국영화 최초로 작품상과 감독상 등 최고 영예에 해당하는 상을 수상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 최종 후보를 발표했다. ‘기생충’은 국제 장편 영화상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등 총 6개 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이다.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다수의 현지 언론매체는 “기생충이 새 역사를 썼다”면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부터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까지 조명하며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기생충’이 작품상, 감독상 등을 수상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할리우드리포터에 따르면 ‘기생충’은 비(非)영어 영화로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역대 11번째 영화다.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 후보에 동시에 오른 작품은 ‘기생충’을 포함해 모두 6편에 불과하다.
지금껏 비영어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사례는 없다. 작품상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함께 오른 영화들은 예외없이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만약 봉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다면 아시아 감독으로는 두 번째가 된다. 대만의 이안 감독이 할리우드로 진출해 만든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6)과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감독상을 받았다.
‘1917’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새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커다란 산이 있다. 이번 아카데미상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1917’이다.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음악상, 음향편집상, 음향믹싱상, 분장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등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917’은 독일군의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전쟁터 한복판을 달려가는 두 영국 병사가 하루 동안 겪는 사투를 그린 작품.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리는 제77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드라마 부문)과 감독상의 영예를 안았다. 내달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가장 유력한 작품상, 감독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샘 멘데스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게 되면 2000년 ‘아메리칸 뷰티’로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20년 만에 다시 오스카 트로피를 받게 된다.
‘기생충’과 ‘1917’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4개 부문에서 맞대결한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보다 일주일 앞선 다음달 2일 치러지는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두 영화는 비슷한 경쟁 구도를 이뤘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1917’은 작품상, 감독상, 최우수영국영화상, 음악상, 촬영상, 미술상, 분장상, 음향효과상, 시각효과상 9개 부문 후보가 됐다.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등을 놓고 경합한다.
‘기생충’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기생충’은 영어권 밖 영화다. 영어권을 대표하는 시상식인 ‘아카데미’에서 기적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세계적인 영화 시상식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아카데미가 ‘기생충’의 손을 들어줄 지 전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9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다. 한국 시간으로는 2월 10일 오전 8시 30분부터 시상식이 펼쳐진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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