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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비즈톡톡] 中 게임만 이득 vs 도박판 근절… 확률형 아이템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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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 의무 6월 시행 예정
중국산 등 외국게임에 미적용 역차별 우려 부각

정부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칼을 빼 들었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처럼 무작위로 얻는 게임 재화를 말합니다. 현금 결제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좋은 아이템일수록 얻을 확률이 낮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모바일 게임 주 수익원이지만, ‘게임이 아닌 도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획득 확률이 낮고, 게임 내 균형을 깨트릴 정도로 강한 성능을 지닌 아이템이 많기 때문입니다. ‘큰손’으로 불리는 일부 게이머들은 희박한 확률을 뚫기 위해 수천만원이나 수억원을 지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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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NC) 모바일 게임 ‘리니지2M’. 리니지2M은 출시 후 구글 플레이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이 사행성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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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6일, 게임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행정예고했습니다. 개정안은 오는 6월쯤 확정 시행될 전망입니다.

한국게임산업협회·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는 지난 14일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한 세미나’를 열고 정부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이미 국내 게임사가 자율적으로 획득 확률을 공개하고 있어, 굳이 이를 법제화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은 논거가 약해 보입니다. 역으로 생각하자면, 이미 자율규제로 공개하고 있는 것을 법제화한다고 문제가 있을까 싶습니다. 공정위는 16일까지 개정안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때문인지 15일 현재까지 공정위에 ‘의견’을 전한 게임사는 없다고 합니다.

게임업계는 아이템 획득률 공개 의무화보단, 국내 게임사만 규제받는다는 ‘역차별’에 불만을 표합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국내 사업장이 없는 해외 게임사에겐 영향이 없습니다. GSOK는 매달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을 조사해 공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에서 자율규제를 지키지 않은 게임은 총 23종. 이 중 국산 게임은 엔에스 스튜디오의 ‘블랙스쿼드’뿐입니다.

미국 밸브의 ‘도타2’, 중국 펀플러스의 ‘총기시대’, 중국 텐센트가 지분 84%를 지닌 슈퍼셀의 ‘클래시로얄’, ‘브롤스타즈’ 등이 누적 경고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임 시장은 개방돼 있는데, 한국 게임사만 ‘자율 규제 룰’을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내 한국 게임 유통허가증(판호·版號) 발급은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후 중단됐습니다. 한국 게임의 중국 판로는 막혔지만, 중국 게임의 한국 출시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15일 기준 한국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 10위 중 3개가 중국 게임입니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가 발간한 ‘2019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업계는 한국에서 매출 16억5737만달러(약 1조8200억원)를 올렸습니다.

반면 한국 게임의 대중(對中) 수출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60%를 넘어서던 중화권 수출 비중은 2018년엔 46.5%가 됐고, 2019년엔 더욱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정부가 역차별 해소를 위한 도움 대신 규제를 꺼내니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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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본사 전경. /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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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게이머들은 정부 정책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게임사와 유저간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게임사는 그간 확률형 아이템으로 유저를 속여온 ‘원죄(原罪)’가 있습니다.

2018년 공정위는 확률형 아이템을 팔며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로 넥슨, 넷마블 등에 10억원에 달하는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넥슨은 2016년 퍼즐 조각 16개를 완성하는 행사를 열며 ‘16개 중 무작위로 지급한다’고 표기하곤, 일부 조각 획득률을 0.5~1.5%로 매우 낮게 설정했습니다. 같은해 넷마블은 5성·6성 장비 획득 확률을 각각 3.3배, 5배 늘려놓곤 ‘10배 상승한다’고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아이템 획득률을 공개하고 있지만 게이머들은 여전히 신뢰하지 않는다"며 "확률 공개가 법제화돼 이용자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면 장기적인 생태계 차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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