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OTT 불공정 약관’ 세계 경쟁당국 중 첫 시정 조치
온라인 구독경제 확산으로 독과점 지위 남용 피해 사전예방 차원
업체 고의·과실에 손배 청구권 보장…“업계, 약관 자진 점검 계기”
공정거래위원회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사업자(OTT)인 넷플릭스 약관의 불공정조항을 전 세계 경쟁당국 중 처음으로 시정 조치했다고 15일 밝혔다. 넷플릭스가 조사 과정에서 자진시정한 약관은 오는 20일부터 시행된다. 약관법 효력상 넷플릭스 한국서비스 이용자에게만 적용된다.
개정 약관에 따라 넷플릭스는 매월 부과하는 이용요금을 변경해 적용할 경우 개별 이용자의 동의를 받는다. 기존 조항은 이용자에게 변경된 요금을 통보만 하면 다음 결제일부터 자동 적용했다. 공정위는 “이용자 의사를 고려하지 않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요금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 이용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넷플릭스가 회원 계정을 종료·보류하는 등 사용을 제한하는 사유는 불법복제와 명의도용, 신용카드 부정사용 등의 경우로 명시했다. 종전에는 이용약관 위반이나 사기성 서비스 가담, 기타 사기행위 등으로 다소 추상적이었다.
넷플릭스를 상대로 한 이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도 보장된다. 기존 약관은 ‘이용자가 넷플릭스에 모든 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포기한다’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이용자가 민법상 보장되는 손해배상 청구권 활용을 망설이게 돼 권리 행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개정 약관은 넷플릭스가 고의나 과실로 발생시킨 피해를 배상하도록 책임을 강화했다.
회원에게 광범위한 책임을 전가하는 약관 조항도 시정된다. 지금까지는 계정이 있지만 서비스를 이용한 적 없는 회원에게도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책임이 부과됐으나 앞으로는 서비스를 사용한 적이 있는 회원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넷플릭스 약관 시정조치는 지난해 공정위가 일부 조항의 문제를 인지해 직권조사에 나선 결과다. 성장세가 이어지는 온라인 구독경제 시장에서 플랫폼을 가진 사업자가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소비자에게 입힐 수 있는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OTT 시장의 30%를 점유하며 유료 구독자수가 1억4000만명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OTT 업계 전반에서 약관을 자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올해 OTT 사업자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사업자들의 불공정약관 사용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웨이브’, KT ‘시즌’ 등이 경쟁하는 국내 OTT 시장에 향후 디즈니사의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오면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휘 공정위 약관심사과장은 “현재까지 국내 OTT 업체의 약관에 특별한 이상은 없으나,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진출하면 (OTT 업체의 약관들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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