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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1 (화)

[노트북을 열며] 한국 ICT, 26개 분야 중 14개서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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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손해용 경제에디터


정보통신기술(ICT)의 판이 바뀌고 있다. CES 2020에선 ‘인공지능’(AI)과 이를 연계하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개인용 자율항공기 콘셉트 모델이 등장했다. AI 로봇도 주요 화두였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시티에선 시민의 출퇴근 시간을 센서로 파악해 자율주행 대중교통을 배치한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도시 전체를 가변형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주차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ICT 분야에서 한국과 경쟁하는 다른 나라들을 보자. 중국에선 ‘3D 프린팅’으로 만든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고, AI·빅데이터를 활용한 원격의료가 활발히 이뤄진다. 일본에선 내년부터 도청·해킹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양자정보통신)이 실용화된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이미 2018년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고 협력체계를 유지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산업의 흐름을 바꿀 이들 기술(앞에서 작은 따옴표로 처리한 부분)에서 한국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난해 발간한 ‘ICT 기술수준조사 보고서’를 보면 이들 분야에서 미국·중국·일본·유럽과 비교한 한국의 기술 수준은 모두 꼴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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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ICT 분야 평균 기술수준.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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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TP는 이들을 포함해 총 26개 주요 ICT 분야에서 순위를 냈는데, 한국은 14개 분야에서 꼴찌를 했다. 양자정보통신(2.6년)·블록체인(2.3년)·AI·3D프린팅(2년) 등에서 1위인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컸다. 4등을 한 게 8개, 3등을 한 게 4개였다. 26개 기술의 평균 수준은 한국이 84.5(미국 100)로 역시 중국(86.1)에 뒤진 꼴찌였다. 이런 신기술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한국의 경제를 이끄는 ICT 산업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신기술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규제다. ICT의 총아 자율주행의 경우 반복된 운행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에서는 낡은 도로교통법 때문에 무인주행과 군집주행 실험이 힘들다. ICT에 바이오를 결합한 원격의료 같은 스마트 헬스케어는 의사·시민단체의 반대로 20년 가까이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다. 투자 플랫폼만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은 자본시장법상 투자중개업으로 분류돼 금산분리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대자동차는 규제를 피해 미국에서 공유차량 사업을 시작하고, 네이버는 자회사인 라인을 내세워 일본에서 원격의료 사업을 시작하는 식으로 기업들은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자칫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낙오할 판이다.

손해용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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